▲ 숀 펜 | ||
연예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 연예계의 심장 할리우드도 지금 양쪽으로 편이 갈리어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전쟁을 두고 양쪽으로 갈려 왔다. 공격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이번 이라크 사태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미국 군부를 적극 옹호하는 스타들이 있는가 하면, 세계를 돌며 ‘전쟁 절대불가’를 외치는 비둘기파 스타들도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비둘기파에는 마이크 파렐, 에드워드 애스너, 마리 테일러 무어, 데이빗 듀코비니, 질리언 앤더슨, 킴 베이싱어, 헬렌 헌트, 숀 펜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비둘기파들을 ‘낭만적 몽상가’들이라고 매도하고 있는 매파에는 보 데릭,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샘 엘리어트, 데니스 프란츠, 제럴드 매카니 등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강경파들이 압도해 왔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전체에 조성된 테러 응징 분위기가 할리우드마저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온건파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숀 펜, 마이크 파렐, 에드워드 애스너 등이 나서서 전쟁을 반대하는 배우들을 모아 연합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모임 직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일이다. 백악관이 생각하는 전쟁은 인간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더 자극하는 아주 위험한 짓이다. 결국 그것은 미국에 대한 테러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곤두박질치게 만들 것이다.”
▲ 보 데릭 | ||
이들 비둘기파를 이끄는 중심인물은 숀 펜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 때 하노이를 방문, 미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당시 백악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을 정도로 골수 반전주의자다.
비둘기파가 마침내 날개짓을 시작하자, 이를 가만히 지켜볼 매파들이 아니었다. 보 데릭과 같은 매파 유명인사들은 미국 군인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편지보내기 운동을 전개했다.
데릭은 전선의 군인들에게 “지금 당신들이 있는 곳은 끔찍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곳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랍니다”라고 격려했다. 크리스토퍼슨 역시 군인들에게 “몸은 비록 당신들과 같이 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총을 둘러멘 전우입니다. 오직 당신들만을 생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 스타들의 공개적인 활동을 계기로 여론의 향방이 어디로 쏠릴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강경파가 미국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지만, 일부 지식층을 중심으로 전쟁반대 여론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마저 할리우드 스타들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