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직후 ‘피해자’ 버트 커니와 그녀의 딸이 당 시 정황을 재연하고 있다. | ||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또 어떤 무기를 살포했는지조차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수수께끼는 지난 2차세계대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동절을 며칠 앞둔 1944년 8월의 어느날 밤. 인구 1만5천 명의 작은 도시인 일리노이주 ‘매툰’에 살고 있던 버트 커니(33)와 그녀의 세살배기 딸 도로시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그녀는 곧 방안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에 점차 속이 메스꺼워지는 것을 느꼈다. “정원의 꽃냄새인가 보다”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돌아누웠지만 역겨운 냄새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강해지는가 싶더니 마침내 다리가 마비되고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몽롱함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아래층에 있던 여동생을 소리쳐 불렀다. 마비 증세로 온몸을 옴짝달싹하지 못하던 그녀는 비명을 듣고 달려온 여동생에게 우선 “창문을 닫으라”고 말했다. 순간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다행히 마비 증상은 풀렸지만 바짝 말라 있던 입안과 목구멍의 통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그런 증상을 느꼈던 것은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밤길을 걷던 한 여성은 냄새를 맡은 즉시 입술과 얼굴이 부어 오르고, 입 속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으며, 다리가 마비되기 시작해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이런 증상은 약 2시간 가량 지속되다가 사라졌다.
이날 하룻밤 동안 비슷한 통증을 호소하며 경찰에 신고한 사람만 약 12명 가량. 하지만 온 마을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가스 테러’는 2주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더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수상쩍은 차림새의 용의자를 목격했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전 미국을 강타했던 이 사건은 이렇게 아무런 해답도 찾지 못한 채 점차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매스컴이나 각계 학자들이 추측하고 있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시 일본이나 독일의 스파이가 새로운 생물학 무기를 실험하기 위해 독가스를 살포했다는 가정이다. 베를린이나 도쿄로부터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 작은 마을을 택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둘째, 어떤 정신 나간 과학자가 사회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추측이 있는가 하면, 셋째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가 저지른 그야말로 아무런 이유 없는 단순 범죄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모두 추측이었을 뿐 당시 이렇다 할 용의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논쟁이 되었던 것은 이 모두가 마을 주민들의 ‘집단 망상’이었다는 주장이다. 행동 심리학자인 도날드 M 존슨에 의해 더욱 신빙성을 얻었던 이 주장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다. 존슨에 의하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마을 주민들이 사실은 가스를 흡입했다는 상상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통증이 있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또한 존슨은 이런 현상을 ‘군중 히스테리’라고 명명하며, 당시 전쟁에 대한 공포가 마을 주민들을 불안에 휩싸이게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주장처럼 이 모든 사건은 마을 주민 전체의 ‘착각’으로 이뤄진 한낱 해프닝에 불과한 것일까. 여전히 해답은 풀리지 않은 채 미궁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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