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쯤 시청역 광장과 광화문 주변에서는 제1차 국민저항운동 태극기집회와 제20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집회 현장을 찾았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따라 걸으며 양쪽의 집회를 구경한 외국인 관광객은 흥미로운 눈으로 양쪽 집회를 바라봤다. 대부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11일 오후 2시쯤 시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미국 뉴 햄프셔에서 한국을 찾은 톰(29)은 당연한 탄핵이라고 했다. 톰은 “집회가 양쪽으로 열렸다는 게 흥미롭다”면서도 “부정부패 탓으로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알고 있다. 좌우로 집회는 나뉘었지만 부패된 권력의 탄핵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 온 관광객도 비슷하게 발언했다. 런던에서 온 댄(47)은 “영국 언론도 어제 계속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집중 조명했다. 잘 알고 있다”며 “부패가 원인이 된 탄핵은 당연한 처사”라고 했다. 그는 “이제까지 본 집회 가운데 한국의 집회가 가장 조직적으로 이뤄진 듯하다”며 집회를 본 소감도 남겼다. 또 다른 관광객 런던 출신 관광객 토미(36)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건 한국 사회의 좋은 일”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부패했다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온 매트(30)는 타국의 집회를 중립적으로 보면서도 자국 대통령이 비슷한 일을 벌인다면 당연히 탄핵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돈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이를 두고 이해관계가 상충돼 이런 집회가 일어났다고 알고 있다. 옳고 그른 문제를 떠나 일단 집회를 향한 한국인의 열정이 대단하다. 양쪽 다 정말 열정적”이라면서도 “만약 트럼프나 미국 대통령이 비슷한 일을 벌였다면 나도 당연히 탄핵을 지지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관광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기는 의견을 낸 가운데 중립적 입장에서 권력 집단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외국인의 발언도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패트릭(49)은 “한국의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이 돈 문제를 일으켜 탄핵이 일어난 걸 잘 알고 있다. 탄핵에 대해서는 누구나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어떤 나라든 어느 집단이든 권력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저런 식으로 부정을 저지른다.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할 점은 권력 집단의 부패”라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