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입당을 하며 ‘은둔자’에서 ‘대권 도전자’로 떠오른 정몽준 의원. 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친이명박) 진영의 대표로 1차 관문인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 도전, 차기 대권 도전 로드맵을 이미 가동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치권의 분석을 근거로 그의 대권 로드맵에 담길 만한 ‘정몽준 대권 플랜’ 세 가지 정도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재오 의원 같은 돌격대장을 확보하라.’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그가 대권 주자로 부상하기 이전부터 ‘대통령감’으로 점찍고 베팅해 성공한 예에 속한다. 그리고 이 의원은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 집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는 의원들을 ‘친이 그룹’으로 대거 돌려세우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정몽준 의원도 현재 이재오 의원 같은 ‘돌격대장’을 찾는 게 급선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2월 초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을 전후해 당내 중진 P 의원을 이재오 의원 같은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P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그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P 의원이 재·보궐 선거에서 재기를 하든지,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경우 ‘정몽준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친이 그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P 의원은 정치전략 마인드가 탁월하고 저돌적이고 돌파력도 있어 이재오 의원이 맨몸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했던 예를 재현할 적임자로 꼽힌다. 문제는 낙선한 그가 어떤 식으로 재기하느냐다. 그 결과에 따라 그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P 의원 영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친이 그룹의 또 다른 중진급 의원 포섭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안국포럼’ 출신 초선 의원인 이춘식 백성운 당선자 등은 ‘정몽준 의원이 당 대표로서 적합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그들이 정 의원을 도울 적극적 지지자로 손꼽힌다. 다만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 그룹 대부분이 “정 의원이 비록 6선이지만 한나라당 내부 사정에 아직 밝지 못하고 당 안팎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라는 부정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둘째, ‘적과 아군을 명확히 구분하는 전선을 만들어 이슈 파이팅을 적극적으로 하라.’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책에 관한 한 ‘지방 발전’을 줄기차게 외친 점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 개발 등의 이슈를 던져 성공했다는 점에서 정몽준 의원이 꼭 벤치마킹을 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라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정 의원은 지난 4·9 총선에서 이미 이슈 파이팅 하나를 선보인 바 있다. 바로 서울 뉴타운 개발 공약이다. 4·9 총선 공약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바로 뉴타운 추가지정 문제였다. 특히 정 의원은 동작을 유세를 하면서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뉴타운 추가 지정을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약속 받았다고 밝혀 그것이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를 초반에 기선 제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정 의원의 뉴타운 추가 지정 공방 촉발을 이슈 파이팅으로 보는 측면에선 그가 정치적 성공을 이루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전략가는 이에 대해 “그동안 정 의원을 색깔 없는 정치인으로 보던 국민들이 이번 뉴타운 공약을 통해 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특히 유권자들이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당장 집값을 올려준다는 것만큼 좋은 이슈가 어디 있겠느냐. 이런 점에서 정 의원이 전략 포인트를 잘 잡았고 이슈 파이팅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가 뉴타운 지정은 없다”라며 한발 빼는 바람에 ‘거짓말 공약’ 논란에 휩싸인 것은 향후 그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논란에 대해 정 의원이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지, 한다고 하는 게 관권이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백지화가 기정사실이 되면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와 ‘거짓말 정치인’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 의원이 앞으로도 계속 논쟁적인 이슈를 터뜨리는 것이 대중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는 지름길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셋째, ‘민심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낮추어라.’ 정 의원은 앞서 첫 번째로 지적한 대로 당 내의 돌격대장을 얻는다면 ‘당심’은 자연스럽게 업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것이 ‘민심’이다. 국민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선에서 이긴 결정적 변수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대의원 투표에서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앞섰기 때문에 대선 후보가 된 예를 보듯이 ‘민심’이 대권 가도로 가는 마지막 변수가 될 것이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돌발 행동(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으로 민심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한때 20%를 넘어서던 그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선 ‘옆집 아저씨’ 같은 친숙한 대중적 이미지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재산이 3조 4000억 원에 육박하는 그는 분명 한국의 최대 부자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자 이미지를 씻기 위해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300억 원대의 재산과 그의 재산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그가 총선이 끝난 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3000억 규모의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도 대권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3일 정 의원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수천억 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3년 안에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기 대권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를 ‘교육’ 문제와 양극화 해결을 위한 그만의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앞으로도 정 의원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옆집 아저씨 만들기’ 플랜을 착착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의원은 당권 도전과 관련해 “영화에서도 대개 좋은 사람이 처음에 밀리다가 나중에 이긴다. 좋은 사람 쪽에는 항상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문제는 그가 언급한 ‘좋은 사람’이 과연 그 자신이냐는 점이다. 그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왕자병’인지, 아니면 대중들이 진정으로 ‘정몽준은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지에 따라 그가 등장하는 ‘대권 영화’의 흥행도 엇갈릴 전망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