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빅데이터(Big Data).’ 2010년 전후 등장한 개념이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카카오톡과 라인을 통해 사진·동영상을 주고 받고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온라인쇼핑으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러한 모든 정보는 고스란히 인터넷에 저장되고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망에 온 지구촌이 얽히고설킨 데이터의 홍수의 시대이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의 양과 질, 생성과정 등은 기존의 방법으로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러한 인터넷망에 떠도는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계산해 ‘정제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2002년 네덜란드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사회·문화·정치·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초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옥스포드대학교의 연구원에서 인터넷 웹데이터를 분석한 ‘웹보메트릭스’(Webometrics) 전문가이자 ‘영남대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한우(45)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 박한우 교수 ‘데릭 솔라 프라이스’ 수상 후보 선정
박 교수가 최근 ‘데릭 솔라 프라이스(Derek de Solla Price)’ 후보에 선정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상은 과학정보학 분야에서 노벨상으로 불리며 현재까지 아시아 국가수상자는 전무하다. 1984년 미국의 유진 가필드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데이터베이스를 창립한 공로로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총 18명이 받았다. 올해 수상 후보는 33명으로 이 가운데 중국인도 포함돼 있으나 수상가능성이 큰 핵심 후보자 10명 중 아시아 후보는 박 교수가 유일하다.
박 교수는 국내에 몇 안되는 ‘웹보메트릭스(Webometrics)’와 ‘빅데이터(Big data)’ 전문가이다. ‘영남대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을 이끌면서 웹사이트의 사회네트워크 분석을 주제로 백여편의 논문을 세계적인 저명학술지에 발표, 64년간 75개국에서 발표한 논문 5417편을 분석해 매개 중심성 순위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박교수는 SSCI 국제 학술지인 ‘빅데이터와 사회’, ‘기술예측과 사회변화’, ‘과학계량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구경북 국제소셜네트워크 컨퍼런스(DISC) 조직위원장, 세계인터넷전문가총회(IR15) 한국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빅데이터란 작은 발자국들의 체계적 기록”
내가 SNS에 남긴 포스팅과 사진들은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흔적을 남기기 싫어 그저 접속과 검색만 하더라도 그 자취마저도 데이터로 남기 마련이다. 빅데이터 시스템은 나의 개인적 관심과 업무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을 수집·분석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사람들이 내는 작은 이야기들과 발자국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각 시스템에 따라 계산과 해석이 달라지는 복잡성을 띄나 이러한 사람들의 활동을 데이터의 집합으로 계량화한다. 인터넷에 남겨진 나의 작은 발자국이 데이터로 집결돼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집단으로서의 사람들에 관한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여러 정책에 시사점이 크다.
예를 들어 축제를 간다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할까? 바로 포털과 SNS를 통한 ‘검색’이다. 검색량은 사람들의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이다. 블로그 포스팅은 물론 SNS 댓글과 사진 등도 사람들의 니즈(Needs)와 수요를 보여준다. 축제에 방문한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즐거움과 불편함 점을 늘어놓고 사람들은 이에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쏟아낸다. 특정 고정적 장소에서 열린 오프라인 축제가 완전히 개방된 온라인을 통해 여과없이 실시간으로 구전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와 달리 축제에 대한 뉴스나 관련 홈페이지 등의 정보는 공급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정보의 수요-공급 간에는 적정선이 있는 반면 불균형도 존재한다. 빅데이터를 통한 정책 접근의 핵심은 이러한 수요-공급 간의 정보 불균형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달부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구통계연보 등 기본통계와 함께 총 인구 등 30개의 지수, 194개의 지표, 통계간행물, 통계조사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민원과 제안을 통합관리하는 ‘두드리소’와 공무원의 미비사항 등을 발굴하는 ‘살피소’ 등이 그것이다.
이에대해 박 교수는 대구시의 통계시스템이 사실상 ‘빅데이터’라는 형용사만 붙였을 뿐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구시의 성장주의·산업주의·공급주의 패러다임은 올드보이 네트워크를 양산할 뿐 빅데이터적인 열린 접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저 동전넣고 투입하면 나오는 ‘자판기 정부’가 아니라 ‘열린 정부(Open Government)’적 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판기정부는 동전 투입구에 넣은 돈만큼만 또는 그 이상의 서비스는 나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참여는 그저 원하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 시 자판기를 흔드는 정도이다.
이에반해 열린 정부는 시민이 직접 정부라는 플랫폼으로 들어가 원하는 서비스가 도출되도록 시스템을 바꿔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열린정부’의 출발점은 공공부문의 공공데이터의 이용과 가치추출 활성화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3.0 공공데이터 부분이 바로 이러한 맥락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추진 중인 전기자동차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전기차의 경우 중국은 모든 전기차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어떤 전기차의 어느 부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 것 등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금을 주고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만 초점을 둔다. 당연한 것을 넘어 데이터를 고민해야 앞서가는 경쟁력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거센 화마로 큰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의 경우도 방재시설 추가와 내진설계 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사례 등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박사의 주장이다.
“대구시가 예산 또는 담당부서의 부재 등을 이유삼아 이러한 빅데이터를 실제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빅데이터를 통한 정확한 분석으로 효율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 모바일 저널리즘 시대 대비해야
저널리즘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언론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의 정보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취재의 핵심은 제보자를 통한 고급 정보의 확보이다. 이제는 사건·사고 발생 시 현장에 달려가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들보다 SNS를 통한 독자들의 실시간 영상과 사진이 더 빠르고 파급력이 큰 시대이다.
그러나 아직 모바일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운용해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는 찾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박 교수는 오늘날 해답을 찾는 키워드로 네트워크, 소셜미디어, MOJO에 주목한다.
사실 나날이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은 전통 언론사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도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필리핀의 소셜저널리즘 언론사인 래플러닷컴(rappler.com)은 기사 왼쪽에 독자의 감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무드미터(mood-meter)를 도입한 덕분에 외국인이 트래픽의 절반에 이르는 등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야후 동남아시아 콘텐츠 편집책임자인 Alan Soon에 따르면 야후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뉴스사이트이지만 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따라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차별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디지털 네이티브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홍콩의 South China Morning Post의 Stephen Quinn이 진행한 모바일저널리즘(MOJO)이다. MOJO란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멀티미디어형 뉴스 리포팅 시스템이다. 방송장비로 아이폰을 이용하므로 비디오저널리즘(VJ)에 비하여 장점이 많다. 자신에게 익숙한 휴대전화를 활용하므로 사용이 간편하고, 인터넷에 연결한 뒤 현장에서 텔레비전 뉴스룸이나 신문사 웹사이트로 취재 내용을 전송할 수 있다.
특히 신문사의 경우는 방송용 차량과 기술인력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방송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 2011년 5월에 발간된 DS Simon Web Influencers’ Survey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사이트의 85%가 비디오 동영상을 활용하여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0년 이후에 33%나 증가할 정도로 뉴스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신문사는 MOJO를 통해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신세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대구= 남경원기자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