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K지역 중심 “김 지사 경쟁력 다시 보자”는 움직임 일어
- TK현역 의원들, “될 사람→그래도 김지사”
- TK지역, ‘경쟁력 있는 후보 나와야’… 절박함 작용 분석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한국당 후보가 되면 보수지도자를 만나 통합연대를 구축하고, 후보 단일화로 문재인 대세론과 한판 붙겠다는 각오이다. 22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국당 부산·울산·경남 대선후보 비전대회에서 김 지사는 “문재인 좌파정권으로 가는 것을 막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라며, “문 후보가 사퇴하면 나도 이 자리에서 후보 사퇴를 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최근 김 지사의 이같은 문재인 때리기는 한국당이 경선 흥행카드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진태 의원 구도의 모양새를 갖춘 것에 대한 위기감과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TK지역의 경쟁력 있는 후보가 꼭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TK지역 인지도에 비해 전국적인 인지도가 부족한 김 지사가 촉박한 대선 일정 속에서 1등 때리기를 통해 짧은 시간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 김관용 경북도지사.(사진=일요신문 DB)
3월 네째 주 알앤서치 여론조사에서 경쟁 주자인 홍 지사는 마의 지지율인 5% 벽을 넘어선 7.7%로 전주보다 4.4%p 급상승했고, 김 의원 또한 홍 지사와 1.1%p 차이인 6.6% 지지율로 첫 조사부터 ‘빅6’에 등극하는 등 실제 데이터 상으로도 홍지사-김의원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아직 여야 대권주자가 모두 포함된 여론조사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
김지사의 문재인 때리기는 이 번 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첫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자리에서도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 보다는 낫다”란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제2의 이완용’, ‘후보 사퇴’ 등 안보관을 겨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한국당 예비경선 2차 컷오프를 거치면서 김 지사의 당 내 입지는 어느정도 입증이 됐다. 하지만 본 경선은 다르다. 9명의 예비후보 중 6명을 가리는 1차와 최종 4명을 가리는 2차 컷오프에서의 경선룰은 여론조사 책임당원 70% 일반인 30% 비율로 반영된 반면, 본 경선은 책임당원 현장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전국적 인지도가 다소 낮은 김 지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현실도 반영돼 보인다.
‘통합연대’, ‘후보단일화’, ‘문재인 대세론과의 한판’ 등 대선 본선을 염두에 둔 듯한 김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당 내 홍 지사-김 의원 구도를 깨고,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인다는 캠프의 치밀한 전략이 깔려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한국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홍 지사가 최근 바른정당 대주주격인 김무성 의원과 자주 만나 ‘친박 청산’을 고리로한 보수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보단일화 이슈 선점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김 지사는 구미시장 3선, 경북도지사 3선 등 민선6선 최다선 단체장으로 풍부한 현장 경험으로 전국 시도 광역단체장 중 일 잘하는 단체장으로도 여러차례 이름을 올리고 있는 등 강점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전국 인지도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野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범보수 후보단일화 없이 대선 본선에서 홍 지사와 김 의원의 경쟁력으론 대세인 문재인 후보를 꺽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TK지역을 중심으로 김 지사의 경쟁력을 다시 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당 TK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김 지사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홍 지사의 경우 한국당 내 유력 주자지만, ‘성완종 리스트’ 관련 대법원 판단이 아직 남아 있는 ‘불확실성’은 홍 지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된다. 강성인 홍 지사의 거침없는 말투와 발끈하는 기질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홍 지사는 최근 성완종리스트 사건으로 고등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 상고된 것과 관련해 “없는 사실을 갖고 또 다시 뒤집어 씌우면 노무현 대통령 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거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경 골수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 또한 홍 지사와 함께 한국당 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대선 본선에 앞서 친박 청산을 고리로 한 범보수 후보단일화 움직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황 대행의 보수표가 대부분 홍 지사쪽으로 몰렸고, 나머지 표가 여야 8명에게 분산됐지만, 김 의원은 이름도 올리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정치에 의지하기에도 현실이 녹록치 않고 이른바 ‘홍준표 앞에 등불’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골수 친박인 김 의원과 ‘불확실성’이 완정히 사라지지 않은 강성 홍 지사에 비해 6선 단체장으로 노련미와 유연성, 현장경험 그리고 아직 별다른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김 지사의 본선 경쟁력을 높게 점치는 TK지역 일부 현역의원들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김 지사는 22일 한국당 부·울·경 2차 비전대회에서는 ‘문 후보와 동반사퇴’란 강수로 인지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통합연대, 후보단일화 등 이슈 선점에서도 뒤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김 지사는 이날 연설에서 ‘문 대세론과 한판’, ‘지방분권 개헌’, ‘(이번) 대통령 임기 3년으로 단축’, ‘경제와 일자리’, ‘보수재건’ 등의 목소리를 내며 홍 지사 독주체제로 시들해 진 한국당 경선 흥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편, 한국당은 오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지명하기까지 22일 KNN·TBC·UBC 등 영남권 방송3사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 24일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MBC·KBS·SBS·YTN 등 4개 방송사 합동토론회, 26일 오전 KBS TV토론회 진행 후 책임당원 전국 동시 현장투표, 28일 MBC 100분 토론 TV토론회 후 29~30일 일반 여론조사 등 경선 일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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