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장님’이라고 불렀던 사람에게 받은 용돈으로 구입했다는 명품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얼굴 가득 천진난만한 표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소녀들은 숙달된 손놀림으로 담배를 피우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소녀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던 남자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 네 명을 납치감금하고, 정작 본인은 자살한 채로 발견된 요시사토 고타로(29)였다. 요시사토는 최근 몇 년 동안 도쿄와 시부야를 주무대로 10대 소녀들과 관련된 ‘상품’을 취급하는 지하 비즈니스에 손을 대고 있었다.
“전단지는 전봇대나 공중전화박스에 붙어 있었어요. ‘안심하고 맛있는 아르바이트’라고 쓰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초등학생은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보통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대개는 초중등학생을 대상 브랜드 매장을 자주 찾는 소녀들이 사장님에게 잘 걸려들었어요. 사장님에게 여자아이를 소개해주고 2만∼3만엔 정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같은 여자가 말을 걸어오면 상대방도 안심하기 때문에 자주 아이들이 넘어왔던 것 같아요.”
요시사토가 감금했던 네 명의 소녀들 또한 이런 위험한 유혹에 어이없게 걸려들고 만 것이다. 사건은 7월17일 정오가 지난 시각에 발생했다. 아카사카 니초메에 자리한 위클리맨션에 요시사토가 납치해 감금하던 소녀 네 명 중 제일 몸집이 작은 소녀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꾀했다.
수사원들이 요시사토의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는, 손과 발이 수갑으로 채워져 있는 쇠약한 소녀 세 명과, 이미 사망한 요시사토의 육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한 소녀는 자신의 이름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쇼크를 받은 상태였다. 당시 수사당국은 네 명의 여아 실종사건에 요시사토가 관여하고 있다고 확신, 행방을 쫓고 있던 차였다.
수사관계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감금 직후 네 명은 요시사토로부터 한 사람씩 심문을 받듯 이름과 키, 몸무게, 좋아하는 타입과 싫어하는 타입, 지금까지의 경험 등을 말해야 했다고 한다. 만약 ‘모른다’고 답하거나 울면서 대답하지 않는 경우에는 요시사토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으며, 때로는 호신용 고압전류총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모든 실마리를 쥐고 있는 용의자 요시사토는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 그의 사인은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소녀들이 있던 방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연탄 두 개를 피워놓고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왜 요시사토가 자살을 했고 왜 소녀들을 감시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동기는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렇듯 네 명의 소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결국 죽음을 선택한 요시사토 고타로는 과연 누구일까? 그는 일단 가정환경부터 복잡하다. 요시사토는 아사히신문사에서 근무한 바 있는 아버지와 음대 성악과를 나온 어머니의 3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아사히신문의 전직 간부였는데, 사회부 기자에서 시작해 사회부 차장, 지바 지국장 등을 거쳐 본사 사회부 부장까지 역임한 엘리트였다.
그러나 요시사토의 부친은 ‘디스토니아’라는 수족의 근육이 오그라들고, 머리와 입이 마비되는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고생하다 1996년 오키나와에서 자살해 버리고 만다. 또한 1999년에는 요시사토의 형인 장남도 자살했다. 현재 모친 역시 사고로 귀에 장애가 생겨 시설에서 요양중이라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한 요시사토는 미술계 학교에 다니다 중퇴한 뒤 노래방 일을 전전했고 4∼5년 전부터 ‘로리콘 비즈니스’에 손대게 되었다(‘로리콘’은 ‘롤리타 콤플렉스’의 일본식 축약표현).
요시사토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원래 요시사토에게는 소녀를 좋아하는 취향이 있었다고 한다. 요시사토는 도내에 있는 ‘블루 세일러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곳은 여학생들이 입고 난 세일러복 교복이나 속옷을 수집광들에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일을 하며 노하우를 터득한 후 독립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로리콘 비디오를 암거래로 들여와 더빙을 하고 그것을 통신판매나 택배형식으로 판매했다. 그후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요시사토가 거주하던 사이타마현 구키시 자택과 승용차 트렁크 안에서 여자 중학생 교복과 속옷, 속옷만 입은 소녀사진 약 50매, 섹스비디오 1천여 개, 더빙용 비디오 기기 20대가 발견되었다.
수사관계자는 요시사토의 자택은 한마디로 로리콘 비디오의 ‘지하공장’ 같았다고 했다. 모든 비디오에는 상품관리를 위한 것인지 숫자와 알파벳 기호 및 ‘○○ 닮음’ 등 특징이 기록된 라벨이 붙어 있었다.
그중에는 보기에도 초등학생 같은 소녀를 상대로 성인남성이 소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성행위까지 하는 비디오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남성의 얼굴은 촬영각도를 교묘하게 피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이 비디오에 요시사토가 직접 출연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요시사토가 직접 만든 앨범도 발견되었다. 표지에는 소녀들이 이름이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출신지나 재학중인 중학교와 고등학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얼굴 사진도 붙어 있고, 휴대전화 번호, 간단한 인물 프로필이 적힌 이도 있었다.
이는 매사 꼼꼼하게 메모를 남기는 요시사토의 면모가 엿보이는 증거품. 특히 2천 명이 넘는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록된 ‘고객명부’는 앞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 명부가 비디오 판매에 대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중에는 국립대 교수와 의사, 변호사, 공무원과 정치가의 이름과 일치하는 이름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동명이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희귀한 이름들도 눈에 띄어서 본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휴대폰 번호 등 연락처를 명기한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충분히 본인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다른 수사관계자는 “실은 수사 착수 직후 명부에 대해서 상부로부터 ‘신중하게 취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것은 고객 중에 VIP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명부 건으로 제발저린 정치가가 있는 모양이다”고 털어놨다.
요시사토가 자살한 위클리맨션에서는 수백만엔의 현금과 함께 은행계좌에는 1천만엔 이상의 예금이 확인되었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아서도 요시사토의 로리콘 비즈니스는 수년간 수천만엔 규모였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