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버스 운전기사(위).국회건강센터 강사 | ||
거의 아무도 이용하고 있지 않는 의원 전용버스 운전사는 하루 종일 대기만 하고 있어도 연봉 9백만엔(약 9천만원)을 받는다. 역시 아무도 이용하고 있지 않는 의원전용 체육관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도 연간 1천1백만엔(약 1억1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이 이러한 일본 국회의 ‘정신나간’ 씀씀이를 낱낱이 공개했다.
“나가타초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의원회관에서 의원숙소까지 운행하는 의원전용버스일 것이다. 거의 매일 텅텅 비다시피하는데 도대체 왜 버스가 필요한지 모르겠다. 당선 회수가 많은 의원은 국회에서 지급한 검정색 자가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버스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 한시라도 빨리 폐지하거나 민영기업으로 넘겨야 할 것이다.”
오후 5시, 나가타초에 하루 업무를 마감하는 벨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중의원회관 앞으로 일제히 다섯 대의 버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행선지를 적은 안내판에는 ‘구단’ ‘시나가와·아자부’ ‘다카나와’ 등 의원숙소가 자리한 곳의 지명들이 적혀있다.
버스가 회관 입구에 도착해 일단 속도를 죽이지만, 기다리고 있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이를 확인한 운전기사는 문도 한 번 열지 않고 다시 속도를 내어 옆 회관으로 빠져나간다. 그곳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의원은 아무도 없다. 결국 다섯 대나 되는 버스는 승객 한 명도 태우지 못하고 업무가 끝나고 만다.
이 ‘의원전용버스’는 국회가 개회중일 때만 운행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로 아침에 3회, 저녁 5시와 6시 두 차례에 걸쳐 운행되고 있다. 아침에 버스를 이용하는 의원은 가끔 찾아볼 수 있지만, 저녁 시간대에는 거의 아무도 이용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버스를 그나마 이용하는 사회당과 공산당 의원을 제외한 보수계열 의원의 경우 저녁이면 거의 매일 각종 모임이나 만남이 있어서 버스를 탈 일이 없기 때문이다.
▲ 국회도서관장 | ||
놀랄 일은 아직 더 남아 있다. 의원회관 안에 의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마련해 놓은 체육관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개방되는 이 체육관은 하루종일 텅텅 비다시피한다고.
의원회관 뒤에 있는 ‘국회건강센터’도 마찬가지. 새로 들여놓은 값비싼 최신식 기계가 늘어서 있지만 이를 이용하고 있는 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또한 의원들의 경우 기계 사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대일로 전문강사가 지도해 주게 되어 있는데 이 강사들 역시 국회 직원으로 당연히 국가공무원에 속한다.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각각 한 사람씩 채용하고 있다. 대부분 시간을 할 일 없이 보내는 이 강사 두 명의 급여는 물론, 이렇듯 텅 빈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민의 세금에서 연간 약 1천1백만엔(약 1억1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국회도서관장의 경우 월수입은 1백84만엔(약 1천8백40만원), 중원의원·상원의원의 양원 사무총장은 1백80만엔(약 1천8백만원)을 받는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격무에 시달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급여만큼은 고이즈미 총리 다음으로 높은 국무대신, 검찰총장과 같은 수준이다.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국민들이 이런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알게 된다면 국회가 온전히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운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