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씨의 편지에는 “A 의원의 부탁을 받고 B 씨를 살해하려 했다. 당시 B 씨보다 지지율이 낮았던 A 의원이 나에게 부탁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고 이를 본 B 씨의 유족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C 씨가 9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범행을 자백한 이유와 청부살인의 동기가 석연치 않을뿐더러 B 씨의 사인 또한 C 씨의 주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의혹만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C 씨는 검찰 조사에서 “그동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악몽에 시달리다 뒤늦게 유족에게나마 사죄하고 싶어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범행 자백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또 “사건 후 A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받기로 했는데 받지 못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9년이나 지난 범행을 자백하게 된 동기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부살인 동기도 석연치 않다. C 씨는 “A 의원이 B 씨보다 지지율이 낮아 살인을 청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당시 기초의원이었던 B 씨는 A 의원을 비롯해 기타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나 지지율이 크게 뒤처져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대 총선 결과 군소정당 후보로 출마한 A 의원은 3위로 낙선했고 유력 정당 후보였던 Y 씨가 1위로 당선됐으며 또 다른 유력 정당 후보였던 H 씨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으로 보아 만에 하나 경쟁후보 제거 차원의 청부살인이었다면 굳이 지지율이 낮았던 B 씨를 대상으로 선택했을 리가 만무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B 씨의 사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C 씨는 검찰 조사에서 “A 의원으로부터 살해 청부를 받고 B 씨를 찾아갔으나 마음이 변해 가슴만 두세 차례 때리고 돌아왔는데 다음날 B 씨가 갑자기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의 사망과 관련한 당시 기사를 종합해 보면 B 씨는 새벽 1시쯤 자택 화장실과 거실에서 네다섯 차례 각혈한 뒤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검안의도 B 씨의 사인을 호흡곤란 및 각혈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정했고 경찰은 유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아 검안의 소견서 등을 토대로 ‘과로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가슴 등 신체를 가격당하고 수 시간 뒤 각혈을 하며 사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주먹으로 가슴 등을 맞고 수 시간 후에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급소를 정확히 맞으면 장기가 파열되지 않아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일부 의료계 관계자들은 과로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각혈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에서 C 씨는 살해 방법에 대해 자꾸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주변에선 C 씨가 “특정 드링크제를 식음한 후 신체 특정 부위를 가격할 경우 내장출혈이 일어난다”고 진술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5월 16일 수원지검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자료를 넘겨받은 춘천지검은 강력사건이고 현역 의원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재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C 씨가 아무 이유 없이 뜬금없이 범행을 자백했겠느냐는 의문도 일고 있는 만큼 재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물증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C 씨의 주장대로 B 씨의 죽음 뒤에는 A 의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걸까. 그것이 아니라면 C 씨가 A 의원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대체 뭘까.
C 씨에게 살인을 청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A 의원 측은 “불쾌하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면서 “왜 우리 의원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