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컴퓨터 바이러스’는 오로지 시스템을 마비시키거나 데이터의 오류를 야기하는 ‘내부적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혹시 컴퓨터의 ‘외부 표면’에도 ‘바이러스’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러한 현상은 특히 사무실이나 학교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일 경우에 더욱 확률이 높다.
지난해 초 미국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위치한 다트머스대학교에서 발생한 의문의 ‘집단 결막염’ 사건 또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불과 3개월 동안 전교생 5천60명 중 무려 7백 명 정도가 결막염에 걸려 집단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이 사건은 당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점차 잊혀져 갔다.
하지만 1년여의 연구 끝에 최근 다트머스대학의 연구진에 의해 마침내 그 원인이 밝혀졌다. 원인은 바로 캠퍼스 내에 설치되어 있는 공공 컴퓨터였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학생들이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 이 컴퓨터의 키보드를 통해 병원균이 감염되었던 것.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키보드를 통해서도 충분히 전염병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신시아 휘트니는 말한다.
이와 관련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키보드 표면의 1㎠당 서식하고 있는 병원균의 수는 무려 5백11마리이며, 이것은 화장실 변기보다 60배 가량 더 많은 양이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영국에서 키보드 위생과 관련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일 키보드 위에 묻어나는 더러움의 양은 1.89g. 여기에는 손가락에서 묻어나는 기름, 때, 타액을 비롯하여 공기중의 먼지, 비듬, 심지어 콧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이물질들이 쌓이게 되면 키보드 위는 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까맣게 변하게 되며, 심한 경우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휘트니는 “키보드 위의 병원균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비단 결막염과 같은 눈병뿐만이 아니라 설사와 같은 복통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도 늘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주기적으로 키보드를 청소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수건에 알코올을 묻혀 키보드 표면을 닦아 주는 것이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스웨덴의 한 전기회사에서 권장하고 있는 키보드 소독 방법
① 키보드를 통째로 복사기에 뒤집어 올려놓고 자판의 배열 상태를 복사한다.
② 키보드의 버튼을 하나씩 모두 떼어낸다.
③ 떼어낸 버튼을 천 소재의 세탁망에 넣고 세탁기에 집어 넣는다.
④ 세탁기를 약하게 돌려 깨끗하게 세탁한다.
⑤ 복사해 놓은 자판 배열에 따라 버튼을 다시 조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