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흙수저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동정을 이용한 최악의 사기이자 구걸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단시간에 거액이 모이기 때문에 구걸보다는 모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단체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불우이웃 모금 활동과 달리 모금액의 사용처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더욱이 이 같은 ‘SNS 후원’이 자신의 가정 형편을 한탄하며 일반적인 생활비 모금 등을 요구했던 것에서 심화돼 낙태 비용, 자해행위로 인한 병원 비용, 심지어 문화생활 비용까지 모금 사례가 확대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신의 계좌를 올려 후원을 받고 있는 한 트위터리안의 계정. 트위터 캡처
지난달 16일 트위터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하나의 트윗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자신의 낙태비용을 후원해 줄 사람을 모집한다는 이 트윗의 작성자는 “임신 13주차인데 남자친구가 도망갔고, 낙태수술을 할 비용도 없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는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다”고 사정을 밝혔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트위터리안)들이 작성자의 눈물겨운 사연을 듣고 조금씩 모금을 시작했지만, 한 트위터리안이 “이전 사정을 살펴보면 임신 가능한 주수가 아닌 것 같은데 정확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하자 그때서야 여기저기서 의혹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트위터리안이 개인정보를 지운 산부인과 진단서 등을 요구하자, 결국 낙태비용 후원글의 작성자는 자신의 계좌와 글을 모두 지우고 후원 받은 모금액을 다시 돌려줬다.
지난 4일에는 자신의 자해행위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병원비를 모금받겠다는 트위터리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이 트위터리안은 부모님이 병원비를 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빚을 지기 싫다”라며 모금 이유를 밝혔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이 후원에 참여하려 했지만 이 트위터리안이 밝힌 병원비보다 실제 청구된 병원비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모금 행위가 중단됐다.
이처럼 트위터에서 ‘후원’ ‘모금’ ‘연대’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다수의 트위터리안들이 자신의 생활비, 병원비 지불 등을 위해 타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아예 자신의 생활비 후원을 위한 계좌를 트위터 메인에 올려놓고 RT(자신의 글을 다른 계정들이 퍼다 나르는 것)를 요구하기도 한다.
생활비와 병원비 정도는 사실 관계만 확인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모금일 수 있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교양 프로그램과 비슷한 부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문화생활 비용’마저 후원을 받아 즐기겠다는 후원 모집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버는 월급 또는 생활보조금으로는 하루하루 살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 외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분야는 후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주로 도서나 음악을 구입하거나 영화나 공연 티켓, 화장품 등 생필품을 사는 데 후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기초수급자로 밝히고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한 트위터 이용자. 후원금 가운데 일부를 목적 외 용도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성욕을 해결하는 것’까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후원금 모금 목적에 포함되면서 트위터는 또 다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기초수급자라고 밝힌 한 트위터리안이 자신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모금해달라고 밝히면서, 후원 받은 금액 가운데 일부로 자위기구를 산 것이 문제가 됐던 것.
일부 후원자들이 “정말로 생활이 어렵다고 들어 의식주 해결 목적으로 사용하라고 후원한 것이지 그런 용도로 사용하라고 한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자 이 트위터리안은 “성욕을 해결하는 것도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SNS상 후원이나 모금 활동은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해진 목적 외의 모금 활동은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에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불법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1000만 원 이상을 기준으로 잡고 있어 개인 차원의 소액 기부나 후원을 주도하는 SNS 계정들은 법망에서 자유롭다.
지난 3월에는 청소년 난교 파티를 주최하던 한 트위터리안이 파티를 위한 후원을 받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다보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목적에도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 21일에는 청소년의 자유로운 성관계를 지원한다며 ‘청소년 난교파티’를 주최한다는 한 트위터리안이 파티 개최를 위한 후원금을 모금 받는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SNS 후원’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이들이 정말 ‘후원’이나 ‘모금’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부분이다. 실제로 기초수급대상자인지, 병원에 입원한 바가 있는지, 그외 불우한 사정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SNS에 올린 사연만 보고 무작정 돈을 입금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일단 모집 목표액이 1000만 원 이상이라면 개인이든 단체든 지방자치단체장에 사용계획서 등을 제출·등록하도록 돼 있고, 모금이 종료된 뒤 사용 금액과 사용처를 공개한 뒤 기부자에게 영수증을 내줘야 한다”라며 “트위터 등 SNS를 통한 개인적인 기부나 후원에 이 같은 법적 조항을 일일이 적용시키기는 어렵다. 특히 소액 기부의 경우는 후원자들이 직접 요구하지 않는 이상 기관에서 나서서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생활비나 기타 소액 기부, 후원 활동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면서도 “다만 최소한의 생계 유지가 아니라 자신의 사치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후원을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후원을 한 상대방이 진실을 알고 ‘후원 목적 이외의 것에 후원금을 썼다’고 생각한다면 사기 행위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