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도 아우 주민들이 찰스 왕세자의 방문을 맞아 양변기를 준비했지만 찰스 왕세자는 구경조차 안했다. 2.카페트를 깔고 실크천막으로 벽을 두른 뒤 보초까지 세운 찰스 왕세자를 위한 화장실. | ||
그러나 이런 편안함 뒤에는 남모르는 희생이 숨어 있는 법. 주민 1백20명 가량의 작은 시골 마을인 아우(Aoo) 주민들에게는 이번 찰스의 방문은 특히 더 그랬다. 찰스 왕세자가 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밤낮을 설친 주민들은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온 사방이 화장실인 자신들과 달리 찰스 왕세자에게는 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생전에 변기라고는 구경 한 번 못했던 주민들은 곧 온 주민의 쌈짓돈을 털털 털어서 부랴부랴 인근의 큰 마을로 달려가 양변기를 구입해 왔다. 자신들의 연수입을 모두 합쳐도 턱도 없이 모자라는 ‘비싼’ 양변기를 사온 주민들은 왕세자의 편안한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실크 천막으로 벽을 만들었으며 화장실 앞까지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호기심에 혹시 누군가 몰래 먼저 일을 보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24시간 보초를 세워 둘 정도로 정성을 다했으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찰스 왕세자가 마을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열렬히 환영 인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게 웬일. 약 30분 정도 마을을 둘러 보던 왕세자가 유유히 손을 흔들며 마을을 떠나 버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볼 일이 급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말이다.
허탈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던 마을의 한 노인은 “이제 이 변기를 어디다 쓰지?”라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