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4월 13일 열린 대선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5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1곳, 기초단체장 3곳, 광역·기초의원 26곳 등 총 30곳에서 치러졌다. 그 결과 자유한국당 12명, 민주당 7명, 국민의당 4명, 바른정당 2명, 무소속 5명이 당선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는 “이번 재보선은 한국당의 압승”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최순실 게이트 반사효과를 기대했던 나머지 정당들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규모는 작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치러진 데다 수도권과 영·호남 등 지역별로 고르게 선거구가 분포되어 있었던 선거다. 이 때문에 이번 재보선을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실제 표심 간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뒤를 잇는다.
지난 2011년 10월 26일 치러진 재보선에서는 이명박정부 심판론에도 불구하고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 12곳 중 8곳에서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승리를 거뒀다. 정치권은 재보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18대 대선은 야권이 유리한 선거라고 예상했지만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이번 재보선 결과는 대세론을 믿고 있는 민주당에게 보내진 경고장”이라며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병두 문재인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SNS를 통해 ‘이번 재보선은 평일에 치러져 주 지지층의 참여가 어려운 조건에서 선전했다’고 자평했던데 너무 관대한 평가”라며 “주말에도 사전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투표율 핑계를 되면 안 된다. 우리 당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을 끌어들이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자칫 만족스럽지 않은 이번 선거 결과가 부각될 경우 문재인 후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애써 덮고 가는 듯한 인상”이라고 했다.
우선 수도권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반사 이익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경기 포천시장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후보는 24.8%를 득표했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23.7%를 득표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종천 후보가 33.8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포천 현역 국회의원은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의원이다. 포천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바른정당 소속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게도 밀려 4위를 기록했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충격적인 결과인 셈이다.
바른정당 후보는 30곳 중 단 2곳에서 승리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지역구인 대구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도 모두 패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총 6곳에서 선거가 열렸는데 모두 한국당 후보가 당선됐다. 황영철 바른정당 전략본부장은 선거 다음 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친박세력과 갈라선 것이) 잘못한 것이냐. 국민여러분이 우리를 지켜 달라”며 선거결과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바른정당 내부에서 국민의당이나 한국당과의 연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민주당은 경기 하남시장 재보선에서 승리하며 체면을 지켰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당 후보가 출마해 진보진영 표심이 갈린 상황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대선을 앞두고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패한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프다. 호남에서는 총 5곳에서 선거가 열렸는데 국민의당 후보는 3곳에서 당선됐고 민주당 후보는 단 1곳에서 승리했다. 나머지 1곳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보수텃밭으로 통하는 부산·경남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이 위안이다. 부산·경남에서는 총 11곳에서 선거가 열렸는데 민주당은 5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한국당 후보는 3명이 당선됐고 무소속 2명, 바른정당 1명 순이다. 민주당은 “경남에서의 대승은 지역구도 타파와 전국적으로 지지받는 첫 번째 국민통합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민주당 부산·경남 돌풍에 대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 봉하마을이 있는 경남 김해 2곳, 문재인 후보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2곳, 문재인 후보의 고향인 경남 거제 1곳 등”이라며 “보수 표심이 민주당으로 움직였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에서는 원내 1, 2위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총 4곳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2명 당선됐고, 바른정당 1명, 국민의당 1명이 각각 당선됐다.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충청 표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드러난 보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대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안 후보에게로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홍 후보에게로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민주당으로서도 이들을 향한 외연 확장 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12 재보선 결과를 간과하다가 자칫 지난 대선과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