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국내최대의 세종호수공원 야경.
# 행정수도 공약으로 다시 주목받는 세종시
[세종=일요신문] 임규모 기자=행복도시(세종시)는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방재생과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출범했으나 정권의 향배에 따라 현안에서 오락가락하다 최근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행정수도’ 재추진 공약과 함께 다 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박정희 정부시절 백지계획으로부터 밑그림이 그려졌다. 노무현 정부시절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축소되었다가 이명박 정부 때 수정안 논란으로 백지화 위기를 겪었다. 또 박근혜 정부 들어 원안 플러스 알파 공약으로 도약을 꿈꾸었으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아 국정의 최우선 과제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21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여기에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대거 이주로 2012년 출범 당시 10만5000명이던 인구가 올해 25만 여명으로 2.5배의 인구증가율을 보이며 평균연령 32세의 젊고 활기찬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도시의 미래는 한층 밝아 보인다. 최근 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세종시=행정수도’ 공약을 내 걸고 있다. 결국 도시 성장에 걸맞은 법적지위를 보장하자는 것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에도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견줄 품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 도시의 성장과 입주민의 급격한 증가는 공동체 형성과정에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세종시는 당초 연기군, 공주시, 청원군 중 정부세종청사가 소재하는 예정지역과 주변지역만 별도의 자치단체를 구성하고 나머지 시·군은 기존의 자치단체를 유지, 논란 끝에 연기군 전역이 관할구역으로 포함돼 현재는 정부세종청사가 소재하는 지역을 동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다수의 새로운 입주민은 대부분 동지역으로 입주해 현재 15만 명이 넘고 있다. 기존인구 10만을 훨씬 상회하는 인구수다. 이 때문에 신구지역 간의 불균형과 공동체 내에 이질적인 구성원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적지 않은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이 초래되고 있다.
세종시에는 ‘세종시 주민생계조합’으로 대표되는 예정지역의 원주민 1만여 명이 살고 있다. 구 연기군의 남면, 금남면, 동면, 장기면 주민으로 도시성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신행정수도 위헌판결 때에는 예정지역 남면에서 충청권에서 최초로 집회를 열고 위헌판결에 항거했다. 후속대안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확정될 때까지 매일같이 생업인 농사를 포기하고 행정수도 사수에 앞장섰다. 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정안 때에도 원안사수 입장을 견결히 고수해 오늘의 세종시 탄생을 선도했다.
이들 대부분은 몇백년 대를 이어 살아 온 사람들로 세종시 건설로 조상의 묘를 이장하고 터전을 내주면서 주변지역에 임시거처를 잡고 재정착을 기다리면서 국가정책에 헌신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다.
▲주민생계조합본사 사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로 인해 고향 땅을 내준 원주민 2800여세대로 구성된 주민생계조합 사옥 전경.
# 위기 맞은 주민생계조합
이러한 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행복도시 건설과 함께 원주민들의 생업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주민생계조합이 위탁고시사업 축소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사업 발굴 등 제2도약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주민생계조합의 조합원은 2800여 세대로 원주민 75% 이상이 가입해 있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주민생계조합은 산하기업을 통한 주민위탁고시사업을 통해 이익금을 배당해 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지급한 배당액만 17억5000만원에 이른다.
故노무현대통령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사업의 기본목표 중 하나로 기존 원주민이 도시개발사업 지구 밖으로 내몰리는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예정지내 원주민을 ‘행정도시의 첫 주민’으로 삼고자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행정도시건설특별법에 주민지원 사업 항목을 신설하고 도시건설 초기에 주민대표 단체인 주민보상대책위 산하 주민생계조합에 일부 사업을 위탁했다.
조합이 위탁받은 사업은 지장물 철거, 수목이식·벌채, 지하수 굴착공의 원상회복, 공공기관 시설관리, 무연분묘 등이다. 이들 사업은 예전에는 원주민이 아닌 전문 기업들이 시행했던 사업들로 세종시 주민생계조합이 전국최초로 수행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조합이 수행중인 사업 대부분이 도시 기반공사 단계의 부대공사에 속해 조경과 폐공, 무연분묘 개장은 이미 사업이 완료 됐다. 철거 사업도 마지막 공사 발주를 끝으로 올해 공사가 준공되면 더 이상 일자리가 없어진다.
추가 고시로 새로운 영역의 사업이 추가되지 않는 한 사실상 법으로 보장한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종료된다. 여기에다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은하수 공원 운영권마저 세종시의 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 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조합은 운영권 이관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필요 시 물리적인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시설이 행복청에서 세종시청으로 이관되면서 기존 고시로는 위탁받을 사업이 예정지역 도로관리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사업시행자인 LH에서 조성한 공원도 준공 후 하자보수기간 이후 세종시청으로 바로 이관되기 때문에 2011년 고시 개정을 통해 추가한 공원관리(청소, 수목, 시설물, 묘역등 관리)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위탁사업으로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세종시에 건설된 정부세종청사, 국립도서관, 각 정부투자기관의 시설물 관리위탁은 입찰 외에는 기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 시교육청 청사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공개입찰방식으로 발주되고 있다.
행정도시건설특별법과 동법 시행령은 주민단체에 사업을 위탁하는 주체로 ‘건설청장과 사업시행자(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청장 고시에는 ’사업시행자‘로 한정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은 주체가 될 수 없다.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제54조에는 건설청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사업으로 인해 생활기반을 상실하게 되는 예정지역 안의 주민에 대해 직업전환훈련, 소득창출사업지원 그밖에 주민의 재정착에 필요한 지원 대책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또 행정도시건설특별법 시행령 제28조에는 사업시행자는 제1항 제2호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사업 시행에 따른 분묘이장, 지장물의 철거, 방치된 지하수 굴착공의 원상복구 등 주민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건설청장이 고시하는 사업을 주민단체에 위탁해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행복도시건설청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건설청장 고시는 세종시 내에 건설되는 정부세종청사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엄격한 법해석으로 고시에 명시된 공공기관 건물의 시설(경비, 청소, 위생관리, 소독 및 방역)과 관련한 건물은 LH사옥 하나만 해당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종시 주민생계조합’은 행정도시건설특별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민단체에 사업을 위탁하는 주체를 세종시장으로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청장, 또는 사업 시행자’로 된 법조항에 ‘세종특별자치시장’을 추가해 행복청으로 부터 이관 받은 공공건물의 관리 및 경비 등에 주민생계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행정도시 건설과정을 민관갈등관리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그 주요인으로 주민과의 대화와 협력을 꼽으며 이 과정은 도시건설이 완료되는 2030년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국가정책을 위해 삶의 터전을 내주고 도시 건설이 정상화되도록 혼신을 다해 인생을 바친 세종시 원주민의 삶과 재정착을 위한 당연한 관심과 배려가 특혜시비나 형평성 논란으로 비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집중적인 관심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합내부의 자력갱생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그동안 의존성이 강한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투자해 스스로 희망과 비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 이은영조합장은“지난 10년 동안은 행복청과 LH에서 주는 사업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해 긴장감도 떨어지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의존성이 강했다며 앞으로의 10년은 이완된 조직을 바로잡고 조합의 힘으로 신사업분야를 개척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업종다각화를 위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돌파구 찾기에 나선 주민생계조합이 산하 법인 ㈜전월 내에 신사업기획팀을 구성, 연속적인 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발굴, 추진 중이다.
▲업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주민생계조합이 물 안 쓰는 친환경 소변기 ‘에코쉬’ 영업 독점 계약을 체결, 세종시 최초로 환경부 물 절약 업체 제63호로 등록하고 사업을 개시했다.
# 세종시 주민생계조합 제2도약 위해 몸부림
지난해 취임한 이은영 조합장은 생존을 위한 업종 다각화 등을 추진하는 등 조직의 거품빼기에 나섰다.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철거 등 주로 공사를 담당해온 전월과 시설관리, 청소, 미화, 경비 등 용역업체인 장남을 통·폐합해 경영 내실화를 통한 경비절감 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종 다각화는 고민과 검토 속에서 제출된 분야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다. 조합은 산하 법인 ㈜전월 내에 신사업기획팀을 구성해 20여개의 사업을 검토, 이중 세종시민에게 이익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몇 개의 사업 분야를 확정했다.
이중 주목을 받는 것이 친환경 에너지절감 관련 화장실 용품이다. 물 안쓰는 소변기와 초절수 양변기는 향균 칸막이로 ㈜전월은 세종시 최초로 환경부 물 절약 업체 제63호로 등록하고 사업을 개시했다. 신규 빌딩상가에 설계를 반영하고 학교, 각급 기관에 무상기증을 통해 대중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등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 안 쓰는 친환경 소변기 ‘에코쉬’의 녹색기술인 ‘악취차단 매직밸브 시스템’은 소변을 하수관으로 흘려보내면 매직밸브 특수실리콘막이 자동 폐쇄돼 소변 냄새와 악취 등 역류를 차단한다. 이 제품은 혈액(유체)의 역류를 방지하는 심장판막의 원리를 적용했다.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전국의 관공서와 공공시설 등에 설치되어 있다. 도기제품에 비해 설치비용이 저렴하고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빌딩상가 및 공공시설의 경우 연간 물 절약 비용으로 설치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 안 쓰는 소변기-에코쉬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관리 시 발생하는 악취와 위생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제품 이다. 소변기 하나로도 1인당 연간 6톤의 물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소나무 5그루를 새로 심는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 저 감 효과 까지 있다.
조합은 지역사회 씨줄과 날줄을 엮으며 각계각층에 자리 잡고 있는 2800여 조합원과 함께 꽃 배달전문점 ‘세종꽃맘’도 만들어 사업을 개시했다. 현재 구매에 의존하는 화훼를 앞으로는 직접 재배해 예산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투자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투자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조합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당장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작은 성패에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충분한 사업 타당성을 거쳐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던 태양광발전소 사업은 기존 업체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시청과 건설청에서 추진하는 사업공모에 탈락하면서 현재 사옥 주차장 내 발전소 건립에 만족하는 수준이다. 유해물질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체육시설 교체사업 또한 컨소시엄을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여러 제약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사업 추진 1년을 맞는 이은영조합장은 “사업의 성패나 조기 결실이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우선”이라며“ 신사업 추진은 그동안 주는 사업만 받았던 관행과 거기에 익숙해져 있던 마음을 바꾸고 시민과 함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조합과 회사를 탈바꿈하는데 있다”며 작은 실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전국 개발지역 원주민단체의 롤 모델인 세종시주민생계조합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 개발과 이주로 한탄과 설움의 상징인 원주민의 삶이 한층 나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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