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두고 대출 상품을 위탁 판매한다. 대출모집인은 부동산 중개인을 중심으로 대출 상품을 영업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주택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자신이 담당하는 은행의 대출 상품을 권하도록 관계를 유지한다. 대출 실계약 직전까지를 담당하며 계약이 이뤄지면 대출 발생 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은행의 손과 발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시중은행 16곳 기준 대출모집인은 총 6000여 명에 이른다.
시중은행은 자체 대출과 주택금융공사를 대행하는 저리의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등 총 2가지 상품을 주로 다룬다. 주택금융공사 대출은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낮아서 고객의 선호도가 높다. 시중은행의 대출모집인은 2가지 상품을 모두 판매한다. 하지만 유독 KB국민은행의 대출모집인은 주택금융공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힘들다고 전해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은행원만 주택금융공사의 대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놓은 탓이다.
KB국민은행 일부 지점은 이런 구조를 이용해 대출모집인의 실적을 가로채 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대출모집인이 유치해 온 은행 대출 고객에게 더 저렴한 주택금융공사의 대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모집인을 믿고 은행 대출을 접수한 뒤 실계약을 맺으러 은행에 방문했는데 더 저렴한 대출 상품을 추천 받으면 배신감을 느낀다. 당연히 더 저렴한 주택금융공사 대출을 선택한다. 은행원은 실적을 챙긴다. 지점은 대출모집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 수익이 늘어난다.
대출모집인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수수료를 빼앗기고 신용에도 금이 간다. 고객이 은행에서 더 싼 상품을 추천 받으면 이 사실을 부동산중개인에게 항의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인은 이런 대출모집인과 거래를 꺼리게 된다.
KB국민은행의 대출모집인으로 일했던 A 씨는 “고객을 가까스로 설득한 뒤 비싼 은행 자체 대출 상품 접수 받아 은행으로 보내면 행원이 고객에게 더 저렴한 주택금융공사 상품을 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수수료를 못 받는 건 둘째 치더라도 ‘왜 더 싼 상품 있는데 말도 안 했냐’는 고객의 전화를 받을 때면 사기꾼이 된 느낌이 든다. 분노가 차오른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KB국민은행은 판매수수료 지급 방식은 시중은행과 다르다. KB국민은행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예 다른 사람이더라도 거래되는 주택이 같으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대출모집인이 주택 구매자에게 대출 상품을 팔아 와도 이 주택 판매자가 KB국민은행 대출을 끼고 주택을 소유했었으면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다른 시중은행은 주택 판매자와 구매자의 대출 은행이 같아도 구매자가 대출을 받으면 정상 수수료를 지급한다.
전세자금대출 수수료도 KB국민은행만 유독 낮다고 알려졌다. 시중은행은 0.175%~0.25%를 지급하는데 반해 KB국민은행은 절반도 안 되는 0.065%를 지급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KB국민은행 대출모집인 상당수가 KB국민은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대출모집인이 담당 은행을 바꾸면 이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A 씨는 “물론 소속 은행을 옮기는 게 어렵진 않다. 문제는 부동산중개인은 담당 은행을 바꾼 대출모집인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게다가 대출모집인은 각 은행에서 고유 코드를 부여 받는데 바뀐 은행에서 코드를 받기까지 약 2~3주가 걸린다. 교육도 다시 받느라 1~2개월이 소요된다. 다 합치면 최소 3개월 일을 할 수 없어 마냥 쉬운 선택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국민은행 대출모집인은 주택금융공사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수수료 지급 방식이나 수수료율은 영업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