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또 한 차례 술렁이고 있다. 지난 97년 자동차 사고로 숨졌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무덤 속에서 복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다이애나의 ‘비밀 테이프’다. 오는 3월4일과 11일 양일에 걸쳐 NBC TV를 통해 방영될 2부작 특별 프로그램 <프린세스 다이애나: 비밀 테이프>에서 소개될 이 테이프에는 다이애나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다이애나가 영국 왕실과 찰스 왕세자를 고발하는 듯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될 경우 영국인들의 왕실에 대한 적대감이 증폭될 것이라는 것. 더 나아가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해리 두 왕자 사이까지 멀어질 위험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 다이애나는 비밀테이프에서 남편 찰스의 철저한 무관심과 자신의 자살소동 등을 직접 밝혔다. 사진은 ‘썰렁하던’ 왕세자부부 모습. | ||
그간 언론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해왔던 다이애나의 고통과 불행을 본인의 입으로 직접 세세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다이애나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의 중심에는 찰스 왕세자의 불륜이 자리잡고 있었다. 찰스 왕세자의 오랜 연인이었던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밀애 때문에 늘 고통받았던 다이애나는 남편에게 “제발 끝내라”고 하소연했으며, 이런 그녀의 하소연은 매번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이로 인해 과식증, 신경쇠약 등에 시달리던 다이애나는 급기야 몇 차례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그것도 남편이 지켜보는 바로 앞에서 울부짖으면서 자신을 내몰았던 것. 하지만 찰스 왕세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냉정했으며, 오히려 이런 다이애나에게 “쇼하지 말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테이프에서 다이애나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끔찍했던 자살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내가 볼스와의 관계를 따지고 들면서 소리치자 그가 비아냥거리듯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 울부짖는 늑대 같군.’ 그때 우리는 침실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죠. 이 말을 듣자 화가 났던 나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찰스의 주머니칼을 들고 내 가슴 부위를 세차게 그었어요. 그리고 연이어 양쪽 허벅지도 칼로 베어 버렸고, 온 방안은 금세 피바다가 되어 버렸죠.”
다이애나의 충격적인 행동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찰스 왕세자의 반응이었다. “남편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던 거죠. 그는 내가 거짓으로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보면서도 그는 도와주기는커녕 조롱하는 듯 쳐다보고만 있었죠.”
이어 그녀는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은 남편의 도움과 이해심이 전부였지만 남편은 오히려 자신을 벼랑으로만 몰고 갔다고 고백했다.
다이애나의 자살 소동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윌리엄 왕자를 임신하고 있던 중에도 계단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던 것.
“당시 임신 3개월이었던 나는 남편의 무관심한 태도를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어요. 거의 미칠 지경이었죠. 남편은 내가 ‘나 죽어 버릴지도 몰라요!’라고 말해도 코웃음만 쳤어요. 그는 ‘당신이 뭐라 하든 듣고 싶지 않아. 하여튼 늘 이런 식이야. 난 승마하러 나가봐야겠소’라며 집을 나서려 했고, 난 보란 듯이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어요.”
하지만 당시 심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기적과도 같이 다이애나는 부상을 입지 않았으며, 뱃속의 윌리엄 왕자 역시 무사했다.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던 다이애나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던 것은 찰스 왕세자와 함께 볼스의 여동생의 40세 생일파티에 참석하면서부터. “아무도 내가 그곳에 나타나리라곤 생각지 못했었죠. 그때 사람들의 얼굴을 봤어야 하는데 말예요”라며 즐거워했다.
그후부터 자신감을 얻었던 그녀는 볼스에게 당당하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또 결혼 전부터 우리의 결혼생활을 망칠 계획이었다는 것도 다 알아요. 하지만 난 당신이 뭘 하든 전혀 개의치 않아요! 다신 날 바보 취급하지 말아주길 바래요!”
다이애나는 이 말을 들은 볼스의 아래턱에 심한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찰스가 했던 짓은 정말 역겨운 일이었어요. 카밀라 역시 두 아이의 엄마였죠.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에 대해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요.”
또한 그녀는 “카밀라에게 ‘분명한 사실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그의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임을 기억하라’고 충고했어요. 이렇게 말하고 돌아서는 순간 나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진짜 여자라는 것을 느꼈어요. 강하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해방감을 느꼈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철저하게 버림받았던 그녀가 비로소 당당한 한 명의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경우 영국 내에서 찰스 왕세자의 지지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평소 엄마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있던 윌리엄 왕자와 찰스 왕세자의 사이 역시 소원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