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돈봉투를 뿌린 혐의로 구속된 김귀환 의장.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했지만 그의 뇌물 리스트가 여권 핵심부로 향하면서 점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
돈봉투 파문의 한가운데에 선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김 의장은 ‘자신의 막강한 부를 이용해 정치권에 입문하고 결국 의장직에까지 올랐다’는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막대한 ‘재력가’다. 고향인 충남 금산 지역에서는 젊은 시절 맨손으로 서울로 상경해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과연 김귀환 의장이 정치권에서 돈 파문을 일으키기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알아보았다.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패션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유명 인사였다. 그는 부인 정 아무개 씨와 함께 중견 여성복 업체를 운영하면서 한국 패션협회 부회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패션사업가로 활동해왔다.
‘성공한 사업가’로 살아오던 김귀환 의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무렵의 일이다. 김 의장은 당시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등의 권유로 서울시의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해 이후 현재까지 시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 2004년 7월에는 서울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 대표의원직을 맡는 등 정치권 진출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성공가도를 걸어왔다.
2004년 11월 11일 ‘섬유의 날’에는 당시 야당 시의원 신분임에도 섬유산업 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월 20일 서울시의회 의원이 된 지 6년 만에 의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주변에서는 그가 사업에서뿐 아니라 정치인으로서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김 의장의 ‘거침없는’ 시의원 행보를 가능케 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막대한 재력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평이다. 과연 그의 재산은 어느 정도 규모일까. 김 의장은 지난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188억 원 대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재산 중 대부분은 부동산으로 여러 채의 빌딩과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신림동, 구로구 구로동, 서초구 우면동, 수원 영통, 경기 광명 등지에 시가 수억~수십억 원대의 건물을 여러 건 가지고 있으며 소유 건물의 총 평가액만 211억 4000만 원에 이른다. 부채도 58억 원으로 적지 않으나 대부분이 건물임대 채무액이다.
김 의장의 부인 정 씨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380㎡(약 115평) 규모의 상가건물은 최근 서울시의회가 ‘준공업지역 공장부지에 대한 사업구역의 80%까지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상가건물이 바로 준공업지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100억 원을 주고 구입한 이 건물에 대해 김 의장은 지난 3월 재산신고 당시 공시지가로 71억 780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김 의장의 부동산 가운데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J빌딩은 그가 운영했던 의류업체 M 사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 현재 김 의장 부부는 이 회사 운영에는 손을 떼고 지인이 인수해 업체를 꾸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76년 어렵게 개점한 ‘정모드’ 의상실을 키워 진성유통과 진성어패럴을 설립하고 지난 96년 M 사를 세웠다. 김 의장 부부가 갖고 있는 건물 대부분에는 이 M 사 브랜드의 지점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한 지인은 “30년 전쯤 명동에서 미싱(재봉틀) 하나 둔 옷가게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다”고 전했다. 김 의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 향우회 관계자는 “부부가 부모 유산 하나 없이 맨손으로 부를 일궈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부인 정 씨의 공이 컸다는 후문. 정 씨는 자신이 직접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남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 왔다. 부인 정 씨는 54세의 나이로 K 대학교 미술학부에 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 2006년엔 전체 졸업생 2400명 중 3등으로 졸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인 정 씨가 뒤늦게 공부에 매진했던 데에는 김 의장의 조력도 컸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김 의장 본인 또한 ‘학력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더구나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에는 ‘짧은’ 학력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고 한다.
금산고등학교를 졸업한 김 의장은 그 후 30년 가까이 흐른 지난 98년 국제디지털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과 숭실대 국제경영대학원을 다니며 부인과 비슷하게 만학도의 길을 걸었다. 김 의장에게 정치권 진출을 권유했다는 서청원 의원과의 만남도 그가 중앙대 경영대학원을 다닐 당시 서 의원이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었던 인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정치하기 전부터 서 (친박연대) 대표와는 인간적으로 친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의 뇌물 수수 파문을 지켜보는 주변사람들은 그에 대해 ‘정치적 야망은 있으나 정치인으로서 순진한 면이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한 지인은 “자신한테 돈 쓰는 것은 돈 1만 원도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술도 잘 못 마신다. 먹는 것도 꼭 촌놈 같다. 한번은 김 의장이 ‘야, 나는 나한테 돈 쓰는 것은 돈 20만~30만 원도 아깝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주변 사람들 어려운 건 못 보는 성격이다. 나도 김 의장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정치판 다니면서 의원들 돈 필요하다니까 별 생각 없이 돈 주고 그랬던 게…, 그런 걸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인의 얘기처럼 김 의장의 돈봉투를 ‘순수하게’ 바라보는 이는 아마도 없을 듯싶다. 배경이야 어찌 됐건 공직자로서, 그것도 시의장 선거를 앞두고 돈을 뿌린 사실은 결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간과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몇몇 주변 사람들은 옷장사로 성공을 거둔 김 의장이 정치도 장사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한편 ‘친박계’인 김 의장의 뇌물 수수 파문이 터지게 된 것은 서울시의회 내 ‘친이파’인 A 씨가 여권에 ‘내부 비리’를 알렸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여의도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기자는 A 씨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7월 24일 전화를 대신 받은 한 가족은 “(A 씨가) 현재 제주도에 내려와 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해 달라”고만 답했다.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임승업 의원에게도 연락해 보았으나 “김 의장 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