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클린턴 전 대통령 | ||
지난해 6월 8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로저는 현재 캘리포니아 로미타의 한 허름한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형 덕분에 백악관을 드나들면서 거드름을 피우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의 태도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주위의 의견. 한 친구는 “그는 아직도 자신이 무슨 대단한 유명인사인 줄 착각하고 있다.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아내의 위자료는커녕 아들의 양육비마저 제대로 지불하지 못해 자칫하면 감옥신세를 질 형편인데도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기 바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아내로부터 ‘생활비 체납’이라는 이유로 기소된 그는 법원으로부터 앞으로 계속해서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벌금형에 처하거나 징역을 선고받을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가 열 살배기 아들 타일러의 교육비 및 양육비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매달 7백88달러(약 92만원). 여기에다가 아들과 함께 지내는 전 부인 몰리의 생활비로 매달 1천2백82달러(약 1백50만원)를 더 지급해야 했으나 그가 지금까지 지불 의무를 이행했던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내일은 꼭 돈을 보내겠다”라는 로저의 말은 매번 말로만 끝났고, 이에 진저리가 난 몰리는 곧 법원에 정식으로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 로저 클린턴 | ||
게다가 자신도 손발은 물론이요, 다리와 발목이 퉁퉁 부어 오르는 부종이 재발해 어려운 사정이긴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한동안 옴쭉달싹도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고 말하는 그는 “나도 없는 돈을 꾸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며 항변했다.
그가 부인과 이혼한 가장 큰 이유는 코카인 중독으로 의한 방탕한 생활 때문. 지난 1985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5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던 그는 그후에도 쉽게 약물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형의 도움으로 주당 1천2백달러(약 1백40만원) 상당의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때만 해도 곁에서 그를 지켜주던 부인은 든든한 동반자요, 충실한 아내였다.
하지만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로저는 형이 그랬던 것처럼 부인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그만 들통나고 말았다. 남편이 금발의 여인과 함께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진을 본 몰리는 곧 이혼을 결심했고, 이들 부부는 결국 별거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완전히 갈라서고 말았다.
한편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로 인해 어려서부터 동생에게 든든한 아버지 역할을 해온 클린턴이 이런 동생의 사정을 알고 가만 있을 리 만무. 이혼 후에도 조카를 끔찍이 돌보며 아끼고 있는 클린턴은 현재 명문 사립학교에 재학중인 조카의 학비를 모두 내주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재임 시절에도 동생의 이런저런 스캔들에 연루되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렸던 클린턴이 앞으로 과연 얼마만큼의 인내심을 발휘할지는 미지수. 심지어 퇴임하는 날 아침 1백여 명의 특별사면자 명단에 동생의 이름을 은근슬쩍 포함시켰다가 뒤늦게 곤욕을 치르는 등 마지막 날까지도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것.
이밖에도 로저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거나 클린턴의 재임 기간 중 범죄조직에 속한 한 마약사범에 대한 사면을 청탁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언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