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블로그에 ‘섹스다이어리’를 올려 화제를 일으킨 제시카 커틀러. | ||
“블로그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제시카 커틀러(26).
뉴욕의 시러큐스대학에서 국제학과 관련된 학문을 전공했으며, 지난 2월 말부터 공화당의 마이크 드와인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메일을 정리하거나 전화를 받는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블로그가 사무실의 한 직원에 의해 발각된 지난달 18일, 그녀는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상원의원의 컴퓨터를 부정하게 사용했고, 블로그에 부적절한 내용을 올리는 데 근무시간을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고된 날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F와 함께 오늘 긴 점심을 먹고는 재빨리 4백달러(약 46만원)를 벌었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보스가 내가 어디 있는지 찾더라는 말을 들었다. 짤렸다.”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일기였으며, 해고됨과 동시에 그녀의 블로그도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블로그에서 거론하고 있는 섹스 상대는 이처럼 F라는 이니셜을 사용하고 있는 거물을 포함해 모두 여섯 명. 이들은 모두 이니셜로만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누구인지는 쉽게 알아내기 힘들다. 그녀 또한 “굳이 실명을 밝히고 싶지는 않다. 친구들과의 잡담을 위해서 만든 블로그이지 누군가의 사생활을 파괴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입을 열길 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니셜의 힌트를 정리해 놓은 그녀의 5월11일자 일기 내용을 바탕으로 수수께끼 인물을 알아맞추는 작업이 한창이며, 이미 몇몇의 경우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 조만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이들 여섯 명 중 가장 주목할 사람은 모두 네 명. 이들에 대해 그녀는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F=화대를 지급하는 유부남. 부시에 의해 임명된 어떤 정부기관의 국장.
▲RS=사무실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나의 새로운 사무실 남자친구. 현재 가장 좋아하는 사람.
▲MD=내가 1월부터 2월까지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던 사무실에서 알게 된 남자. 나를 인턴으로 채용함.
▲W=오로지 항문섹스만 즐기는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 그만 만나고 싶지만 돈이 아쉬움.
먼저 F라는 이니셜로 표시되어 있는 인물은 부시 행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워싱턴 정가의 핵심 인물로서 네티즌들은 이미 해외민간투자공사의 조셉 플린, 미연방운송관리국의 존 플래어티, 미무역대표부의 브라이언 F. 건더슨 등 세 명을 의심하고 있다.
그는 <뉴욕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부남인 그는 부시 행정부의 핵심 인물로서 호텔에서 관계를 가진 후 종종 4백달러를 쥐어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 블로그에서 “생활비 대부분은 고맙게도 몇몇 친절한 노신사들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단언하건대 나처럼 이렇게 돈을 버는 사람은 워싱턴에서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굳이 그녀의 주장을 믿지 않더라도 젊은 인턴사원과 나이든 의원들의 은밀한 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빼놓을 수 없으며, 민주당 하원의원 게리 콘디트와 피살된 챈드라 레비 인턴사원의 스캔들도 한동안 미국을 시끄럽게 한 바 있다.
그렇다면 RS는 누구일까.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확실시되고 있는 그는 드와인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던 드와인의 변호사이자 윤리학 시간강사인 로버트 스타인벅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MD 역시 커틀러가 지난 1월부터 한 달 동안 근무했던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의 사무실에서 알게 된 매트 도일이라는 인물로 확실시되고 있다. 당시 리버만 사무실에서 무보수 인턴 사원을 채용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커틀러 역시 그가 직접 뽑아 채용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받고 있다.
항문섹스 중독자로 표현된 W 역시 리버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당시 알게 된 지긋한 나이의 이혼한 변호사로서 관계 후 역시 돈을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시카의 이니셜 맞추기’가 유행하는 가운데 이름이 거론된 인물들은 행여 일이 더 커질까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처음 자신의 블로그를 링크시켰던 콕스와의 인터뷰에서 “워낙 많은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 중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 그냥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에게는 ‘제발 이 도시를 떠나라’는 소리로 들렸다”고 답했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 달리 그의 블로그가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워싱턴 포스트> <뉴욕 포스트> 등 유력 일간지를 비롯하여 FOX TV 등도 그녀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플레이보이>는 그녀에게 누드 사진촬영을 제안해왔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사고자 하는 출판사들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 인터뷰 당시 자신의 나이를 24세로 속였다는 점, 그리고 실제로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는 점 등 몇 가지 미덥지 못한 점이 드러나자 일부에서는 “혹시 모두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블로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관련 인물들은 행여나 그녀의 입에서 실명이 거론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블로그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항해일지를 뜻하는 ‘로그(logs)’가 합쳐진 신조어. 홈페이지를 만들 줄 몰라도 온라인상에 글과 사진을 손쉽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1인 미디어’ 매체다. 웹 서핑과 정보 공유가 쉬운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