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주둔 미군들의 모습. | ||
이렇게 분개하는 사람은 지난해 5월까지 이라크 남부의 사마와에 주둔했다가 전역한 미군병사 오스틴 마토스씨다.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6월28일의 이라크 주권이양 직전 미군 의료관계자들에게 불길한 보고가 날아들었다. 이라크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후송하는 미군의 병원선과, 증상이 심각한 병사들을 일시 수용하는 독일 내 미군기지의 육군 의료센터에서 의문의 감염 환자가 대량 발생했다는 것이다.
6월24일 ‘Pro-MED’라는 세계 감염증 정보사이트에 게재된 이 보고는 ‘아시네토박터’라 부르는 약제내성균(藥劑耐性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약제내성균이란 돌연변이종으로서 항생물질에 죽지 않는 균을 말한다. 복수의 항생물질이 듣지 않는 경우에는 다제내성균(多劑耐性菌)이라고 한다.
‘Pro-MED’의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이라크로부터 귀환하는 미군들을 태운 병원선에서 아시네토박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환자가 급증해, 백신이 일시적으로 바닥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더구나 이 감염증상은 91년 걸프전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환자의 97%는 이라크 전쟁의 최전선에 배치된 병사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워싱턴 교외의 월터 리드 육군병원에서는 귀환병 4백42명 중 37명(8.4%)이 배양검사 결과 양성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그 중 3명은 병원 내에서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아시네토박터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고, 특히 물을 사용하는 곳에는 반드시 존재하는 평범한 세균이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높고, 흙이나 물 심지어 물기 없는 의료기구와 같은 무기질 표면에서도 며칠 동안이나 살 수 있다. 그러나 병원성은 약해서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면 전혀 해가 없다. 병원직원의 대부분이 보균자라는 사실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얌전하던’ 아시네토박터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본 국립 감염증 연구소의 세균 제2부장 아라카와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5∼6년 전에 아시네토박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여러 가지 항생물질에 저항력을 지닌 다제내성균이 돼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균으로 변했다.”
아라카와씨는 또 “이 다제내성균은 특히 중환자실의 인공호흡기 안에 살면서 VAP(인공호흡기 관련 폐렴)라는 병을 일으킨다. 또한 링거나 주사기 등을 통해서 병원 내 감염을 일으켜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중환자, 항암 치료 환자 등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패혈증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이라크에서 귀환한 병사들 중에 아시네토박터 다제내성균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에 아라카와씨는 “다제내성균이란 그냥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균이 아니다. 이라크 내의 병원에서는 항생물질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인 아시네토박터가 자연발생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아마도 미군이 선진의학의 산물과 함께 이라크로 가져간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라고 경고했다.
아시네토박터라는 이 까다로운 균은 미군이 스스로 만든 ‘재앙’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