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난분야의 로봇은 사람이 감수해야 할 위험을 대신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로봇의 이상적인 발전 방향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재난 로봇기술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 2015년 세계 재난구조 로봇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우승을 차지한 KAIST의 ‘휴보’가 대표적이다. 국내 연구진은 앞다퉈 재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사고대응 로봇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원자력연)도 재난로봇 개발에 경주하고 있다. 최고의 위험성을 가진 원자력발전소에 투입되는 만큼 내구도, 기능성 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자력연이 개발한 로봇은 원전사고뿐 아니라 각 재난 분야에서 충분히 그 능력을 뽐낼 수 있다.
원자력연은 차별화된 로봇기술로 향후 10년 후 동북아 주변국 원자력 사고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무인대응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재난 로봇의 첫째 덕목은 ‘신뢰성’”
원자력연은 지난 1988년부터 원자력 시설 유지를 위한 로봇 개발에 주력해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인 2011년부터는 재난 로봇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난 로봇은 특수한 작업, 환경, 상황 등의 현장의 복잡성으로, 현장상황을 쉽게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는 원격조작성과 더불어 극한환경에서 오작동 없이 동작할 수 있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원자력연 로봇기기진단연구실의 최영수 책임연구원은 “현장에 들어가서 로봇이 고장나게 되면 발전소 운전에 지장을 초래한다. 발전소의 안전을 위해선 로봇의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연은 실제 사고현장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직접 실험하며 로봇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차량과 중장비에 구동장치를 장착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운전 중장비 제어차량’.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원자력 사고장소에 투입돼 사고현장의 모니터링 및 잔해제거, 중량물 이송 등 조기 수습에 활용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수입에 의존하던 로봇, 독자기술 개발로 경쟁력 확보
원자력 시설에 활용되는 로봇은 대부분 외국 제품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원자력연의 독자기술 개발 노력으로 기술의 국산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뿐 아니라 외국산 장비보다 그 효율성과 기능성이 앞선다.
‘원자로 용기 검사용 수중 로봇팔’은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용접부의 결함 검사용으로 만들어졌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통모양 원자로는 여러 개의 조각을 용접돼 제작된다. 이 용접한 부분은 방사선에 의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10년에 1번씩 결함이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수중로봇팔은 원자로에 설치돼 초음파 센서로 결함을 검사한다. 이 수중로봇팔은 수중 30m 깊이에서 작업가능하며 위치 정확도가 5mm 이내를 자랑한다.
기존 외국산 장비보다 무게가 가벼워 사용이 편리하고, 로봇이 부착된 지지대의 높이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전체 용접부를 검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실외 잔해제거용 무인화 시스템’은 원자력 사고 시 위험한 사고현장에 무인운전 중장비(지게차)를 투입하여 사고 상황 모니터링하고 실외에 쌓인 사고 잔해를 제거하거나 1톤 이상의 중량물을 이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다양한 차량과 중장비에 구동장치를 장착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원자력 사고장소에 투입돼 사고현장의 모니터링 및 잔해제거, 중량물 이송 등 조기 수습에 활용된다.
자연재해로 인한 시설 붕괴로 비상작업차량 등의 접근이 제한될 경우 잔해제거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비상상황 발생 시 상용 중장비에 구동장치만 설치해 그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방재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실내 모니터링 로봇. 방사선, 온도, 습도 등 원자력 사고 현장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실내 모니터링용 로봇’은 방사선, 온도, 습도 등 원자력 사고 현장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한다.
원자력사고 시 사고현장에서 로봇이 이동하면서 3차원 형상을 측정하고 지도를 작성하는 기술로, 장애물 충돌방지, 로봇의 위치 인식을 가능케 하고 원자력 설비 구조물의 건전성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전 사고 대응뿐만 아니라, 대형 공장, 정유시설 등의 상시 감시, 국방 분야, 공항 주위 감시에도 활용될 수 있다.
‘원자로 해체용 고중량 취급 로봇팔’은 최근 다수의 원자력 시설 해체가 예상됨에 따라 고방사능 설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해체 핵심기술로 개발됐다.
이 로봇팔은 유압으로 구동되는 6개의 관절을 이용하여 3m 거리에서 250kg의 하중을 1mm의 정밀도로 취급이 가능하다. 고방사성의 환경에서 원자로와 같은 고방사선 기기를 원격으로 절단하고 이송할 수 있다. 로봇 팔의 각 관절은 모듈화 형태로 개발되어 작업환경과 작업 내용에 맞추어 로봇팔의 관절 구성 및 크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기술개발이 완료될 경우 수입에 의존하던 고하중 취급용 로봇 팔과 고정밀 원격제어기술에 대한 독자적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오는 2021년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해체가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 해체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수 책임연구원은 “원자력 시설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을 위해 로봇이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프랑스의 무인원전사고 대응조직인 ‘Group Intra’같은 ‘원전사고 무인대응센터’를 구성할 계획이다. 원전사고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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