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 잠룡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만 편애할 수 없다. 사찰을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 ||
과연 예비 잠룡들 개인이 믿고 있는 진짜 종교는 무엇일까. 또 이들은 자신이 믿지 않는 종교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을까. 아직은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2012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을 대권 잠룡들의 종교 이야기를 들춰봤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불심 깊은 불자였지만 영부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어느 한 종교에 기울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교회와 성당도 자주 다녔다. 딸인 박근혜 전 대표도 실제로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가톨릭 재단의 중·고교를 다녔고 서강대 재학 시절엔 세례도 받았지만 성당에는 나가지 않는다. 지난 2004년 3월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여파로 한나라당이 어려웠던 시절, 그는 당 대표 신분으로 교회와 성당, 사찰을 고루 찾으면서 기도와 절을 드렸다.
또 박 전 대표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도 두루 친분이 두텁다. 박홍 신부와 최성규 목사는 박 전 대표가 피습당했을 당시 병문안을 오기도 했고, 대구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은 박 전 대표에게 ‘선덕화’(善德華)라는 법명을 주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정몽준 의원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소망교회에 다니고 있어 ‘소망교회 인맥’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 의원은 아내 김영명 씨로 인해 기독교를 믿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내 김 씨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조부(김병우 장로·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선친)가 집 창고를 개조해 당시 부산·김해 지역 최초의 성결교회인 김해 성결교회를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정 의원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종교 편향성 시비와 관련해 개인적 입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자신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고, 아내의 남편이고, 자식의 아버지이고, 국회의원이고, 체육인이고, 교회의 집사”라고 소개하며 “따라서 언제 어디서 내게 맞는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하는가를 늘 조심스럽게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히면서 국회에서 집사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되고, 교회에서 국회의원 노릇을 해도 안 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와 같은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가 일각에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불교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찬송가를 부르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모습. | ||
이 전 의원은 정치 일정이 바쁠 때라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교회를 찾았다고 한다. 그의 지역구였던 은평구에 있는 세광교회에 다녔는데 이 교회 목사 역시 경상도 출신이어서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설명이다.
이 전 의원과 함께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가톨릭을 믿고 있다. 김 지사는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수배 중에 있을 때 만난 소피아 수녀를 통해 가톨릭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김 지사는 강연을 통해서도 소피아 수녀에 대한 감사함을 종종 피력했는데 “고문을 당하고 나와서는 수녀님 무릎 위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의 부인 설난영 씨 역시 함께 가톨릭을 믿고 있는데 두 사람은 경기도지사 관사가 있는 지역 성당인 화서동 성당에 다니고 있다. 김 지사는 일정에 따라 이곳 외에도 경기도 내 성당 곳곳을 다니면서 주일 미사를 하는 때가 많다고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엔 개신교 장로회 신자다. 하지만 특정 교회를 정해놓고 다니지는 않고 여러 교회를 짬짬이 찾는 편이라고 한다. 손 전 지사 역시 70년대 기독교 진영에서 민주화운동과 빈민 운동을 하면서 신앙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유학을 다녀온 것도 기독교 장학재단의 도움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손 전 지사 역시 교회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손 전 지사는 큰 사찰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곤 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정동영 전 의원은 가톨릭 신자다. 원래 무교였던 정 전 의원은 가톨릭 신자인 부인 민혜경 씨(세례명 엘리자벳)와 결혼한 뒤 입교했다. 정치 일정이 바쁘지 않을 때엔 가톨릭이 주관하는 행사에 자주 참석할 만큼 신심이 깊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특히 부인 민 씨는 평소 성당의 봉사활동에 열심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 전 의원 역시 지난 대선 당시 기독교와 불교계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애썼다.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서 아침마다 기도하겠다”고 언급했는가 하면, 지난 2005년 말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나 정치 일선에 복귀할 당시엔 전남 백양사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을 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불교계 표심을 잡기 위해 백양사 지선 스님의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