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최규선 씨가 당선인 시절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 만남(작은 사진)’에 막후 조율을 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 ||
최 씨의 몰락과 재기 프로젝트 배경에는 그의 ‘마당발’ 인맥과 막강 로비력이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당시 미래도시환경 대표였던 최 씨는 홍걸 씨를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 대규모 권력형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명 ‘최규선 게이트’ 사건은 DJ정부 시절인 2000년 최대 이권사업 중 하나였던 체육복표사업의 사업자로 타이거풀스가 선정되면서 싹트기 시작했다. 당시 32세에 불과했던 송재빈 타이거풀스 사장이 무려 2조 5000억 원대의 초대형 국가사업을 따내게 된 배경에 강한 의혹이 제기됐던 것. 최 씨의 운전기사가 로비 의혹을 폭로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부상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DJ정부 대형 게이트 사건으로 확전됐다.
송 씨는 체육복표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홍걸 씨와 당시 여권 실세 등에게 회사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전 방위 로비를 펼쳤고 이 과정에 최 씨가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에는 홍걸 씨와 그의 동서인 황인돈 씨, 여야 국회의원, 청와대 일부 관계자, 김희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거물급들이 대거 연루돼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당시 여권 핵심 실세였던 권노갑 씨의 비서 출신이었던 최 씨는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 보좌역을 지내는 등 정·관계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했고 이러한 인맥을 바탕으로 전 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당발 인맥과 막강 로비력으로 승승장구했던 최 씨는 결국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로비스트’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줬다. 또 2002년 10월 한 시사주간지가 “최규선 씨가 해외 인맥을 동원해 DJ 노벨상 로비를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사를 실을 정도로 최 씨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었다.
DJ 정부 때 몰락했던 최 씨가 다시 재기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러한 막강 인맥이 자리 잡고 있다. 최 씨는 2006년 말 자신의 부인을 통해 코스닥 IT업체인 서원아이앤비(현 유아이에너지)의 지분 10.17%를 인수하면서 화려한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이 회사를 통해 유전사업에 뛰어든 최 씨가 대표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행보는 다름 아닌 해외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영입작업이었다.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스티븐 솔라즈 전 미국 하원의원,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 등을 유아이에너지 고문으로 영입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클린턴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보좌관을 역임하고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오바마 후보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앤서니 레이크 씨를 수석고문으로 영입해 자신의 빼어난 수완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 씨는 이러한 화려한 해외 인맥을 바탕으로 이라크 재건 및 유전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쿠르드 지역에 병실이 400개에 이르는 병원건설권을 따내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석유공사와 건설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유전개발 사업권을 체결하는 데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쿠르드 정부 측은 국내 컨소시엄 측과 사업권 체결 조건으로 최 씨의 컨소시엄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씨가 쿠르드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 것은 최 씨와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의 친분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 씨는 2001년 알 왈리드 왕자의 소개로 당시 영국 런던에 망명 중이던 탈라바니 현 이라크 대통령과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지역 총리를 만난 것을 계기로 이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이야 어찌 됐던 국내 컨소시엄은 최 씨의 막후 역할로 지난 1월 추정 가치만 2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권을 획득했고 2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주변에서는 최 씨가 지난 2월 국내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러 온 쿠르드 자치정부 바르자니 총리의 방한을 막후에서 조율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당시 바르자니 총리는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2월 14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만나 한국과 쿠르드 지역 간의 자원 개발과 협력증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바르자니 총리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최 씨와 이 대통령의 측근인 A 의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얘기도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최 씨의 마당발 인맥과 로비력이 구 정권뿐만 아니라 현 정부 일부 실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관 주변에서는 애초 예상과는 달리 최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의 거미줄 인맥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 대선주자인 오바마 후보의 핵심참모가 최 씨 회사의 수석고문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 여권 일부 실세들도 최 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 또한 쿠르드 총리와 만남을 갖고 협력증진 등을 논의한 사실이 있는 만큼 확실한 물증 없이 최 씨에 대한 수사를 강행할 경우 자칫 벌집을 쑤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 불똥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8월 20일 유아이에너지 본사와 유아이이앤씨(해외 건설업체) 등 최 씨가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최 씨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수사에 돌입했지만 최 씨 소환을 미루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DJ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 또다시 ‘게이트’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풍운아’ 최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향배에 정·관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