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경기도지사로 있으면서 대권후보를 넘봤다. 하지만 그에게 경기도지사라는 직함은 항상 이명박 서울시장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고독하고 외로운 자리였다.
최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일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주장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변방에 몰린 한 대권후보의 한 맺힌 절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경기도 도백인 김 지사에게는 자신이 재임할 때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수도권 규제 완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겠지만 그의 발언이 중앙무대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데 대한 ‘정치적 피해의식’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물론 김 지사는 이번 규제 완화 논란으로 정치적인 이득을 챙겼다. 김 지사의 ‘투쟁’이 수도권 규제 문제를 전국적으로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김 지사 본인과 측근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이 경기도는 물론 비수도권이나 중앙 정치권에 김 지사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지사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대목은 한나라당 친이(친 이명박 대통령)그룹의 지원 사격이다. 친이그룹 공성진 최고위원은 “김 지사가 지적을 잘했다”며 옹호했고, 박순자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묶은 상태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김 지사를 손을 들어줬다.
반면 비수도권 의원들이면서 영남권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친박그룹은 김 지사의 ‘오버’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강원도 원주 출신 이계진 의원은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를 풀라는 목소리는 3킬로그램 다이어트 후에 다시 ‘10킬로그램 찌우자’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라며 비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논란으로 김 지사는 친이그룹과 ‘통하는’ 유형무형의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또한 영남권 기반의 친박그룹에게는 대권 도전장을 던진 셈이 됐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