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자신의 세속 결혼식에 대한 반대청원이 기각되면서 마침내 결혼에 대한 법적 걸림돌을 모두 제거한 찰스 왕세자(56)가 이번에는 ‘구두쇠’라는 오명을 쓴 채 망신을 당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자신과 카밀라 파커 볼스(57)의 공식 약혼 사진의 출처 때문이다. 왕실의 공식 초상화와 같은 자세로 나란히 서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사진(왼쪽)은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찍은 것으로서 사실은 개인 디카로 찍은 ‘스냅 사진’이었다.
이 사진을 찍었던 사람은 다름아닌 캐롤린 롭(41)이라는 이름의 왕실 요리사. 그녀는 당시 미사를 드리러 나가는 왕세자 커플을 자신의 디지털카메라로 찍었으며, 그후 사진 파일을 찰스의 사무실에 보낸 후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왕세자의 결혼 소식이 발표됨과 동시에 자신의 ‘작품(?)’이 ‘공식 사진’으로 둔갑해버리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 이 사진은 심지어 우표로까지 제작되었으며, 현재 무려 30만유로(약 4억원)를 호가하는 ‘귀한’ 사진으로 탈바꿈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찍었던 사진 한 장이 하루 아침에 ‘보물’로 변신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을 찍었던 그녀 역시 돈방석에 앉았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미처 저작권을 주장할 틈도 없이 그녀가 왕실로부터 들은 것은 “자진해서 저작권을 포기하라”는 압력뿐이었다. 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녀는 찰스로부터 받은 사례금 7천5백유로(약 1천만원)에 만족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