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오나 존스 전 하원 의원의 폭로로 인해 오는 5월 총선을 앞둔 토니 블레어 총리(사진)의 노동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른쪽사진은 영국 정가의 추문을 보도한 <뉴스오브더월드> 인터넷판. | ||
“영국 정가는 불미스런 스캔들로 가득 찬 곳이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든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소굴이다.”
이처럼 존스가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줄’을 잘 타기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지는 여성 의원들을 비롯해 이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고위급 정치인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현상은 의회에 여성 의원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부터였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지난 1997년 총선에서 18년 만에 처음으로 집권에 성공했던 노동당의 가장 유효했던 전략 가운데 하나는 바로 ‘여성파워’를 앞세우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의회에 진출했던 노동당 의원 4백18명 중 여성의원이 무려 1백2명이었던 것.
블레어의 막강한 ‘여성군단’은 한때 영국 의회에서의 여권 신장으로 평가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었던 존스는 “그것이 다가 아니다”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여성 의원들 간에 암투가 벌어졌던 것은 물론이요, 만일 한 여성 의원이 특정 고위급 정치인의 신임을 받을 경우에는 ‘왕따’가 되거나 시샘을 받기 일쑤였다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한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권력을 지향하는 여성 의원들의 야망을 악용해 일부 정치인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유혹한 사람도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녀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현재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정치인으로서 각료 중 한 명이다”라고만 말하고 있어 더욱 궁금증을 부추기고 있다.
그녀가 ‘달콤한 제의’를 받았던 것은 1997년 총선 직후 열렸던 노동당 정당 회의에서였다. 브라이튼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렸던 회의에 초선의원의 자격으로 참석했던 그녀는 호텔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그 의원이 대뜸 그녀에게 입을 맞춘 뒤 “당신 방에서 수다나 떨까?”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는 것. 한 눈에 봐도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싫다”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싹 가셨다. 그리고는 “내가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러나?”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는 내려버렸다.
“그의 위치 정도라면 내 정치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고 말하는 그녀는 당시 그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유혹을 물리친 이유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유부녀란 점 외에도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미 당선 직후 여성 의원 1백2명과 블레어 총리가 함께 공식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바로 총리 옆에 앉는 행운을 거머쥔 탓에 정치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는 동시에 동료 여성 의원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도 받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것을 계기로 그녀는 ‘고위급 정치인들의 지나친 관심과 호의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 피오나 존스 전 의원. | ||
정당 회의 기간 중의 연설을 통해서도 특히 존스 의원을 언급하면서 칭찬을 늘어놓은 그의 ‘친절’ 때문에 그녀가 동료 여성 의원들로부터 미움을 샀던 것은 물론이었다. 그 후부터 그녀에게 적대감을 표시했던 한 여성 의원은 노골적으로 “당신에게만 쏟아지는 주변 정치인들의 관심이 영 못마땅하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한때 의원들 사이에서는 “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는 루머마저 떠돌기까지 했다. 이에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녀는 “하지만 내가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제의를 거절한 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냉랭하게 대했고 내가 훗날 정치적인 난관에 부딪쳤을 때에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비난했다.
그 다음 총선에서 재선에 실패했던 그녀는 “만일 내가 그때 그 ‘은밀한 유혹’을 수락했다면 어쩌면 지금쯤 승승장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고 말한다.
영국 정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대부분의 소문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이밖에도 그녀는 책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밤낮으로 벌어지는 파티와 피로연으로 흥청망청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심한 경우에는 다음날 아침까지 술자리에 있다가 바로 의회로 출근해 중요 현안에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유명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한 그녀는 존 프레스콧 부총리에 대해서 “무뚝뚝하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고 묘사했으며, 블레어 총리는 “너무 완벽해서 부담스러운 사람”이라고 적었다. 또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 대해서는 “총리가 되기에는 카리스마가 너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존스의 이 책이 총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영국 정가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많은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