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 2세(오른쪽)와 니콜 코스트. | ||
알베르 2세는 시중의 소문에 대해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여인과 아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는 한편, 그 아들이 그리말디 가문과 모나코의 왕관을 승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선 것이다.
알베르 2세가 아프리카 토고 출신의 스튜어디스 니콜 코스트를 만난 것은 1997년 7월 비행기 안에서였다. 당시 에어프랑스 1등석 스튜어디스였던 니콜을 보고 반한 알베르는 그날 밤 사랑에 빠졌고 이후 결별과 재결합을 거쳐 지금 두 살이 된 알렉산드르 코스트를 낳았다. 올해 48세지만 ‘법적으로’ 총각인 알베르 2세는 니콜과 자신의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생전의 아버지 레니에 3세를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끝내 승낙을 얻어내지 못했다. 두 사람은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다가 2003년 8월 알렉산드르의 탄생과 올해 초 레니에 3세의 서거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모나코의 법에 따라 왕위를 이어받은 알베르 2세는 지난 4월6일 알렉산드르가 자신의 아들임을 인정하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를 했다.
그의 의중을 대신하는 티에리 라코스테 변호사는 발표문을 통해 “알베르 2세의 아들인 알렉산드르가 왕의 유산을 물려 받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가 그리말디 가문의 성이나 모나코의 왕관을 계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티에리 변호사는 “왕은 정직한 사람이며 니콜은 왕으로부터 알렉산드르가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확실한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 알베르 2세와 ‘문제의 아들’ 알렉산드르. | ||
니콜이 합당한 대우라고 주장하는 이 규모는 알렉산드르를 레니에 3세의 3남매인 알베르 2세 국왕과 스테파니, 카롤린 공주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수준의 돈이다.
니콜이 알렉산드르에게 국왕 자리까지 마련해주려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알베르 2세의 심기가 뒤틀리고 있다. 알베르측은 “국왕이 니콜의 욕심에 더 이상 바보같이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요구할 것이 있고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라며 흥분했다. 알베르측의 한 인사는 “알베르 국왕이 니콜에게 파리의 아파트와 남부 프랑스의 빌라를 사 주었을 뿐 아니라 BMW 컨버터블 중 가장 좋은 것과 한 달에 8백만원의 양육비를 대주고 있다”면서 “알베르가 니콜에게 슬슬 긴 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생전에 알렉산드르의 정체를 알아낼까봐 두려워서 그랬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나코 당국자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부친이 이 세상을 떠난 지금도 알베르 2세의 입장이 당당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왕실 관계자에 따르면 알렉산드르의 문제가 더 확대되면 현재 알베르의 애인이자 영화배우인 타샤 드 바스콘셀로스와 결혼하려는 계획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왕실측의 한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알베르 2세가 왜 지금도 니콜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타샤는 잇따르고 있는 알베르의 숨겨진 가족들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지금처럼 계속 니콜과 티격태격한다면 타샤는 아예 알베르와의 관계 자체를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법에 의하면 알베르 2세가 만약 적통의 후계자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다면 장녀인 카롤린과 그녀의 아이들에게 왕관이 돌아간다. 그러나 이마저도 후계자 다툼을 노골화하고 있는 니콜이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니콜의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알렉산드르가 유일한 알베르의 후계자”라고 말하는가 하면 “내 아이가 뿌리를 알고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한다고 한다. 한 아프리카 여성이 전통의 백인왕국을 상대로 치르는 ‘전쟁’의 추이가 어떻게 될지 세계의 시선이 모나코로 몰리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