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가 제2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매각키로 한 신평동 646-1 일원 전경.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 사하구청(사하구)이 협소한 청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2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도중 재원 확보를 위해 일부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 복지시설을 건립키로 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제쳐두고 수익성 복합타운을 지을 계획인 부산교통공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익성을 저버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하구청은 신청사를 건립할 목적으로 지난 2008년 부산교통공사에 130억 원을 지급하고 신평동 일대 부지 1만 6천700㎡를 사들였다.
이후 정부의 지자체 청사 신축방지 방침에 따라 신청사 건립에 나서지 못했다. 40억 원을 들여 현재 쓰고 있는 당리동 청사를 리모델링하고, 해당 신평동 부지는 10년가량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신청사 건립이 표류하자 사하구가 꺼내든 카드는 제2청사 건립이다. 구는 지난 2015년 구의회 심의를 거쳐 현재 당리동 청사에 있는 복지 관련 부서 3개 과를 이주시키는 ‘사하구 제2청사 행정복지타운’을 계획·확정했다.
계획이 발표된 후 부서 이전으로 업무가 이원화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제2청사 계획안을 변경했다.
구는 부서 이전부터 백지화했다. 그러면서 제2청사가 들어서기로 한 공유부지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고 나머지 자리에 사하보건소, 신평2동행정복지센터, 교용복지+센터, 평생학습관, 도서관, 대강당 등을 건립키로 하는 새로운 계획안을 마련했다.
사하구는 제2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신평동 646-1 일원 총면적 1만6700㎡(5,052평) 중 4,300㎡(1,300평)을 공개 매각키로 했다. 매각은 지난 3월 15일 사하구의회를 통과하면서 결정됐다.
하지만 구는 4월과 5월 중에 시행키로 했던 공공기관 제한입찰공고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하지사, 지역본부 고객센터, 건강증진센터를 짓기 위해 지난 4월 18일 신평동 구유부지 매각관련 의견조회서를 구청에 접수했다.
이후 사하구과 건보공단은 매입부지의 방식 등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원활히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부산교통공사가 부지 매입의사를 밝히면서 사하구와 건보공단, 부산교통공사 간에 혼선이 생겼다.
건보공단은 부지 확보를 위해 매각 예정가인 104억 원을 긴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등 재빠르게 대응했지만, 사하구는 부산교통공사와의 부지매입 당시의 환매조건 등을 내세우며 지난 8일 수의계약과 관련한 협약을 맺었다.
교통공사는 체결 조건으로 매각 예정가인 104억 원 중 일부를 8월 말까지 납부하고 나머지는 내년 3월께 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도 이와 관련 사하구청에 2회 분납 방식으로 계약 시 매입금액의 50%를, 잔액은 올해 11월 30일까지 납부하는 방식으로 매입부지에 대한 의견을 구청에 보냈다.
지불조건은 비슷했지만 사하구는 부산시 출연기관이라는 이유 등으로 부산교통공사와 손을 잡았다. 특히 이는 일반인에게 매각하게 되면 난개발이 예상됨에 따라 공공기관 유치 또는 공공성 관련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구의회의 승인 의견을 사하구가 일부 무시한 셈이 된다.
사하구는 부산시 출연기관에 대한 공공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의해 출연기관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워 이번 주 진행키로 했던 협약 체결을 지난주에 처리했다.
사하구 오영식 재무과장은 “당초 부지매입 당시 구와 교통공사 간에 환매조건이 붙어 있었다. 해당부지 개발에 대한 전체적인 설계안도 교통공사가 마련한 것이다. 여러 조건을 검토한 결과 교통공사에 부지를 매각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못내 아쉽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였던 사하구 지역의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공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자 사하지사 사옥 건립 부지를 알아보던 중에 해당 부지를 알게 됐고 매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사하구는 이번 일부 부지 매각 절차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하고 10월께 신평행정복지타운 건립을 착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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