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석유 재벌’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20년 동안 ‘서비스업’이란 이들에겐 기피해야 할 천한 직종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에게 굽신거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껏 이런 ‘천한 직업’을 대신했던 것은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석유로 쌓은 부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여기에도 물론 한계라는 것이 있고, 또한 투자를 다각화하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고등교육 졸업자들이 늘어나고 또 이에 따른 청년실업자들이 증가하자 ‘백수’로 남아 있는 것이 예전처럼 마음 편한 일도 아니게 됐다. 또한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면서 자아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일은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자리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앞서 말한 서비스직이나 생산직 등은 이미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또한 젊은이들 대부분이 지배인이나 사장 자리부터 시작하고 싶어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젊은이들의 그릇된 실업률을 수정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가 얼마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캠페인이 하나 있다. ‘사우디 자국민들의 고용 촉진’을 장려하기 위한 ‘사우디제이션(Saudi-isation)’이 바로 그것.
이 캠페인은 사우디의 젊은이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 젊은이들이 직업의 귀천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축으로 하고 있다. 지금껏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했던 일을 자국의 젊은이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런 계획 하에 현재 사우디 정부는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1만3천달러(약 1천3백만원)의 취업 보조금을 지급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보조금 정책도 이제는 영 불안하기만 하다. 지금과 같은 인구 증가율로 미루어 보건대 정부의 이런 넉넉한 인심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이 과연 얼마나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는 아직 미지수. 하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된 듯하다.
근래 들어 호텔, 레스토랑, 백화점 등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으며, 이들을 지켜보는 또 다른 젊은이들이 이들에게 사뭇 부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 전 파드 국왕의 뒤를 이어 새롭게 왕좌에 오른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국왕(82)이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