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벌써부터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혈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주시 전경
[일요신문]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 접어드는 선거인 만큼 새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까지 더해져 정당마다 벌써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호남에서는 집권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 사이에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올해 대선에 이어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5·9 대선 압승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와신상담 반전을 노리는 ‘호남 여당’ 국민의당 간의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대결이 예상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치열한 양당 대결구도는 지난 2006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맞붙은 4회 지방선거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압승이 호남 정치 지형의 근본적인 변화인지, 전략적 선택에 따른 일시적인 표심의 이동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컷오프와 거물급 인사 투입, 각 당의 선거 직전 지지율 등이 변수이며 선거구도도 매우 복잡해져 선거 결과를 전체적으로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광주시장, 민주당·국민의당 간 진검 승부
‘호남 정치 1번지’ 광주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진검 승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권 심장부인 광주의 민심을 얻는 측이 지방선거 이후 호남지역 정치구도 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장 출마 예상자는 민주당 6명과 국민의당 3명 등이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무소속까지 가세할 것을 고려하면 출마 예상자는 10명을 웃돌 수도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국정 운영 보조를 맞추기 위해 시장 선거 승리가 절실하다. 민주당에서는 재선 도전이 유력한 윤장현 시장에 맞서 3선의 강기정 전 의원, 민형배 광산구청장, 최영호 남구청장, 이병훈 동남을위원장, 이형석 민주당 최고위원 겸 광주시당 위원장 등이 유력 주자로 꼽힌다. 여기에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국정에 참여한 뒤 내년 시장 선거에 ‘선수’로 출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들은 하나뿐인 공천장을 거머쥐기 위해 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윤 시장의 강력한 대항마로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3선의 강기정 전 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국민의당의 텃밭으로 자리잡은 호남이지만 이번 대선에선 민주당의 압승을 막지 못했다.
윤 시장은 전국 광역단체장 중 유일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됐지만 민주당에 남아 문 대통령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이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확실한 ‘경제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며 광주시장에 세 번째 도전장을 내밀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 전 의원도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의 총괄수석본부장을 맡아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주도했다.
국민의당은 광주시장 선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광주 8개 지역구를 모두 석권했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참패, 광주시장 선거 결과가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현역 중진 국회의원들이 출마를 저울질한다. 4선인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3선의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3선 임기 만료를 앞둔 송광운 북구청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 전남도지사, 무주공산 후보군 두 자릿수…‘역대급’ 초접전
내년 지방선거가 1년이나 남았지만 ‘무주공산’이 된 전남도지사직에 도전하는 입지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전남지사 선거는 국민의당의 거센 도전 속에 민주당의 수성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단체장 출신의 후보군이 다양해 양당 모두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부터 초접전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기존 정당이 아닌 무소속으로도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다수 있어 이들이 어느 정당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도 선거구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지사가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공석이 된 전남도지사 선거에도 10명 가까운 예비 후보군이 형성됐다. 민주당에서는 이개호 의원, 김영록 전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 물망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록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입각이 내년 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민주당 지도부 차원의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조충훈·노관규 등 전현직 순천시장 등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동부권 일부 전·현직 기초단체장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따라 민주당의 호남 압승도 예상된다.
국민의당에선 주승용·황주홍 의원이 강력한 후보다. 박지원 전 대표의 출마설도 꾸준히 돌고 있다. 국민의당 당내 선두 주자는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주승용 의원이다. 주 의원은 도의원, 여수시장, 국회의원 등을 고루 거친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행정력과 정치력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재도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당내에서 주 의원에 맞설 만한 후보로 박지원 전 대표가 있지만 고령인 나이를 감안할 때 출마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재선의 황주홍 의원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여야 간 경쟁 속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무소속인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의 출마 여부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특성상 무소속보다는 정당 후보로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야 정당을 선택해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우선 장 교육감은 안철수 전 의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대로 이 회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당내 경선에 참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출마를 결심할 경우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 광주·전남교육감, ‘양 장(張)’교육감 3선 도전 여부 관건
광주·전남 시도교육감의 경우 장휘국 장만채 양 교육감의 3선 도전 여부가 가장 큰 변수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3선 고지에 오르려면 2010년과 2014년 선거 승리의 원동력인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확보하는 게 최대 관건이다. 양형일 전 조선대 총장, 지병문 전 전남대 총장, 이정선 전 광주교대 총장, 이정재 전 광주교대 총장, 정희곤 전 광주시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전남도교육감 선거전의 경우 우선 장만채 현 교육감이 3선 도전과 전남도지사 출마를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장 교육감이 3선 도전에 나설 경우 2010년과 2014년 장 교육감을 지지했던 전교조 측과 대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교조에서 이미 3명이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장석웅 전교조 전국위원장과 정연국 전 전교조 전남지부장이 출마의 뜻을 밝혔고, 구신서 전 전교조 전남지부장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고석규 전 목포대 총장과 김동철 전 전남도의원도 준비하고 있다.
정윤중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