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내오염>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씨(45)는 교토 의료 소년원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다. 오카다씨는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죄의식 없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거나, 우등생이었던 아이가 어린아이를 성폭행하는 등 상식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됐다. 이는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나 미성숙한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TV나 인터넷게임, 비디오, 만화 등의 정보 미디어의 오랜 사용에 따른 악영향이 원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는 1998년 TV 게임이 인간의 뇌에 미치는 변화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영국의 과학자가 뇌의 쾌감이나 흥분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량을 측정한 결과 TV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분비량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 책의 본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매일 장시간에 걸쳐 게임을 하는 것은 마약이나 각성제에 의존하거나 도박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 증상이다.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자는 시간도 아끼며 몇 시간이나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가 이로써 분명해졌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고 억지로 그만두게 하면 싸움이 나거나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TV 게임의 쾌감에 익숙해지면 보다 큰 쾌감을 더 오랫동안 느끼고 싶어 하는 ‘미디어 의존증’이라는 중독증상에 빠지게 된다.
오카다씨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외부의 정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뇌의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이성이나 사회성, 선악의 판단, 행동이나 감정의 조절 등을 관장한다. 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부분인 것. 그러나 게임에 빠져들면 시각 입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행동을 담당하는 부분 사이에 지름길이 생겨서,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즉 미디어 의존증이 나타나면 전두엽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거나 성질이 급해지고 감정이 메마르는 등의 특징을 보이게 된다.
<뇌내오염>에서는 일본에서 대규모로 행한 조사를 바탕으로 “장시간 영상 미디어를 이용하거나 특히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진 사람들은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결론을 내린다.
만일 자신이나 자녀에게 미디어 의존증의 징후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카다씨는 “무엇보다 일단 본인이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전보다 무기력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을 잘 내던 아이들이 그 이유가 ‘미디어 의존증’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조금씩 행동을 바꾼다고 한다. 덧붙여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건전한 인간관계를 통해 자신감을 배우는 체험이 중요하다고 한다.
“미디어 의존증이란 뇌에 설치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는 오카다씨는 “소중한 자녀가 범죄자나 사회 부적응자가 되지 않도록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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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