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나 부시. 로이터/뉴시스 | ||
이런 소문이 불거진 것은 한 개인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 편의 인터뷰 동영상 때문이었다. 이 웹사이트의 운영자인 트래비스 포스톤이 뉴욕에 위치한 ‘해피 엔딩 바’에서 촬영을 하던 도중 제나의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접근하는 한 남성과 대면하게 됐던 것.
검정색 야구 모자에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이 남자는 촬영중인 그에게 다가와서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조지 부시 딸 알죠? 제나 부시 말예요.” 그러면서 그가 자랑스럽게 내민 것은 놀랍게도 제나의 텍사스대 학생증이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렵다는 듯 포스톤은 학생증을 코 앞에 가까이 대고 찬찬히 살펴 보았다. 제나의 사진은 물론 학생증 번호가 고스란히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그 학생증이 진짜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 인터뷰를 자청한 이 남자는 약간 술에 취한 듯 보였지만 발음만은 똑똑했다. 그는 자신이 제나의 학생증을 손에 넣게 된 경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며칠 전 이 바에 놀러 온 제나를 우연히 만났다. 그녀와 거리낌 없이 농담도 주고받고 술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술만 마신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 이상’을 공유했다.”
그의 표정은 마약상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유명한 이 바를 찾은 이유야 뻔한 것 아니겠냐는 듯했다. 이어 그는 밤새도록 이어진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녀에게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그녀는 눈을 흘기면서 그냥 자리를 떴다고 했다.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 ||
그날 이후로 그는 제나의 학생증을 마치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보여주었다. 자신이 대통령의 딸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다는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증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약을 사는 고객들에게 이 ‘증거’는 더할 나위 없이 유용했다. 제나의 학생증을 보여 주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넌지시 비치기만 하면 고객들은 두말 하지 않고 그로부터 마약을 구매하고, 또 단골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에 대해 백악관측은 펄쩍 뛰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제나가 ‘해피 엔딩 바’에 간 적도 없고 또 그 마약상이 가지고 다니는 학생증은 분명 위조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자 즉시 복사본을 입수한 대통령 경호실은 곧 테이프를 보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화면 속의 마약상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의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를 조사하고 있는 백악관은 “물론 허풍쟁이가 지어낸 거짓말에 불과하다”면서 사태 수습에 바쁜 상태다.
하지만 네티즌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심정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쌍둥이 부시 자매의 요란한 ‘음주법 위반’ 사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인 상태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된 경험이 있는 데다가 아예 한 번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해서 술을 사려고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 당시 제나는 6백달러(약 60만원)의 벌금 및 사회봉사활동 명령과 함께 30일 동안 면허정지 처벌을 받은 바 있다.
한동안 부시의 재선 캠페인에 참가하면서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제나는 최근 워싱턴의 저소득층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인들로 하여금 “이제 좀 달라졌나”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이번 ‘마약 스캔들’로 인해 그녀가 그간 쌓아 왔던 조신한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다시 한 번 ‘말썽꾸러기’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는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