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진 교수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육수진 전임교수가 세계관세기구가 공개 모집한 기술전문관에 세계 각국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선발됐다.
국제기구는 해당 기구에 각 나라들이 출연한 기금과 운영분담금 등 소위 기여도를 통해 운영 인원을 사전에 정해 이어가는 것이 관례인 상황에서 세계관세기구가 전문기술관을 경쟁 형태로 공채한 것은 그만큼 업무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세계관세기구의 유리천정을 실력으로 뚫은 육수진 교수에게 세계관세기구와 전문기술관의 역할 및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본다.
- 먼저 세계관세기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지요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은 관세행정의 국제적인 협력과 발전을 위해 1952년에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180여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우리나라는 1968년 가입)
관세행정은 나라 간에 무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협력과 조화로운 발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WCO는 관세제도와 법규가 국제적으로 통일되고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품목분류, 관세평가, 원산지기준, 통관원활화, 반부패, 능력배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공통의 기준을 정하고 정책적‧기술적인 협력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품목분류는 WCO의 핵심업무 분야로서 ‘통일상품분류체계’(약칭 ‘HS‘)를 국제협약으로 정하여 대부분의 나라가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수출입 되는 모든 물품은 HS에 따라 분류되고, 그 분류에 따라 관세를 내는 비율, 통관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조건,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원산지기준 등이 달라지므로 관세당국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영향이 큰 중요한 업무입니다.
- 세계관세기구 기술전문관 공모에 응시한 이유는?
1994년에 관세청에 임용된 이후, 20년 이상 품목분류 업무를 해오면서 품목분류 업무의 중요성을 깊이 체감하였고 늘 새롭게 등장하는 상품의 품목분류를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WCO에서 열리는 품목분류 회의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해 왔습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품목분류 기준을 만들고, 국가 간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조정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큰 긍지와 보람을 느꼈고 국제무대에서 더 넓게 역량을 쌓고,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WCO의 기술전문관은 품목분류의 국제적인 전문가로서 그 역할과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국제 품목분류 논의를 선도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술전문관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고, 길고 복잡한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통지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 이 기구에서 공모시 요구한 조건은 무엇이었으며, 합격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WCO의 기술전문관은 품목분류의 국제적인 기준을 만들고, 국제 품목분류 분쟁을 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WCO는 품목분류에 대한 전문성과 WCO 업무에 대한 경험과 이해, 국제적인 조정자로서의 역량, 외국어 구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20년 이상 품목분류 업무를 수행해 왔고, WCO에서 열리는 회의,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오랜 기간 참여하면서 저의 전문성과 역량을 적극적으로 발휘하고 기여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저의 이런 노력과 역량에 대해 WCO가 인정하고 좋은 평가를 해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WCO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가를 받게 된 바탕에는 우리 관세청의 지원이 컸습니다.
관세청에서는 국제 관세행정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역량배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국제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지원이 있었기에 제가 다양한 국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전문성을 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본부가 브뤼셀에 있다는데 근무함에 있어 예상되는 어려움은? WCO 기술전문관은 최소 5년 이상 브뤼셀의 본부에서 근무해야 하고,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교육활동이나 워크샵 등에 WCO를 대표하여 참석하고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합니다.
그간 브뤼셀에 출장으로 많이 가보긴 했지만 그 곳에서 생활하고, WCO의 정규직원으로서 업무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수준의 역량과 배움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나라에서 온 직원들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일하고, 180여개 WCO 회원국의 다양한 상황과 요구를 고려하여 균형있는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생활환경과 문화도 한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업무와 환경에 빠르게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바램이구요.
가족들과 함께 브뤼셀로 가서 생활해야 하는데, 막상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곳에 있는 사소한 것들조차도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즐거움과 떠나온 것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 향후 수행할 기술전문관의 역할은 무엇인지.
WCO 품목분류 사무국의 기술전문관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상품분류체계를 무역환경 변화에 맞추어 개정하고, 국가 간 이견으로 발생되는 품목분류 분쟁을 조정하며, 각 회원국이 품목분류 제도와 활용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첨단 IT상품 등 신상품의 등장으로 새로운 품목분류 기준과 분쟁의 조정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전문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공정한 품목분류 환경조성과 해외시장에서의 수출기업 지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관세행정에 입문한 시기와 수행해온 역할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1994년에 관세청에 기술직(화공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중앙관세분석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23년간 수출입물품 분석과 품목분류 업무를 해 왔습니다.
품목분류는 관세행정의 기반이기 때문에 통관, 조사, 심사, FTA 분야와 협력하여 공정한 관세부과, 부정수출입 물품 적발, FTA 협상과 이행 등 여러 분야의 업무에도 참여해 왔습니다.
2005년부터 WCO에서 열리는 품목분류 분야의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해왔고, 2011년에는 WCO에서 품목분류 국제교관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이후 외국 세관 직원에 대한 관세행정 훈련프로그램에서 품목분류를 강의하고 있고, 2016년부터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품목분류 전임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후배들에게 하고픈 조언이 있으면. 제가 WCO 기술전문관으로 선발되기까지의 직장생활을 돌이켜 보면 크고 작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자신감도 얻게 되었으며, 이런 것들이 다음 단계의 도전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이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자신감이 좀 부족하고 부담스럽더라도 일단 과감하게 도전해보라고 늘 권합니다.
그 과정에서는 성공도 실패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제 경험을 통해 느꼈기 때문입니다.
- 기타 더 하고픈 말씀이 있으면.
제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었고, WCO 기술전문관으로 선발되는 영예를 얻게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훌륭한 가르침으로, 따뜻한 응원으로 함께 해주셨던 선배, 동료, 후배, 가족,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