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광저우의 한 짝퉁 제조업체에서 중간 상인이 루이뷔통 핸드백을 살펴보고 있다. | ||
짝퉁 천국인 중국에는 없는 게 없다. 가장 흔한 명품 핸드백이나 구두부터 시작해서 운동화, 향수, 시계, 컴퓨터 부품, 비아그라, 심지어 배터리 같은 작은 소품도 죄다 가짜가 판을 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조품을 판매하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의 시장에서는 ‘사람 빼고 다 가짜’라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법을 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위조품 시장은 이제는 마약 시장보다도 매출을 더 많이 올리고 있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에서 보도한 ‘21세기의 최대 범죄’라고 일컬어지는 짝퉁의 세계를 들여다 봄과 동시에 아울러 짝퉁 구별법과 주의할 점을 소개해본다.
누구나 짝퉁 한 가지쯤은 갖고 있거나 사봤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간혹 자신이 산 물건이 가짜인지도 모른 채 사용할 만큼 위조 제품은 이제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5년 독일 세관에 압수된 위조품 중 가장 많은 것은 뭘까. 정답은 바로 옷이다.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하는 것은 물론, 상표를 교묘하게 바꿔서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은 시계와 보석류이며, 가방과 같은 액세서리 제품이나 전기 제품, 운동복, 향수 및 화장품, 컴퓨터 소프트웨어, 장난감, 담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위조되는 물품들의 목록도 비슷하다.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 및 향수가 전체 짝퉁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35%가 소프트웨어, 25%가 비디오, DVD 및 CD다. CD의 경우에는 전세계 유통 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세 장 중 한 장은 가짜라고 보면 된다.
보다 심각한 것은 위조 제품들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짜 비아그라의 병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밖에도 다이어트 약이나 각종 영양제도 마찬가지다.
▲ 로마에서 한 독일인 관광객에게 루이뷔통 짝퉁 가방을 보여주고 있는 아프리카 상인. | ||
그렇다면 짝퉁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앞서 말했듯 짝퉁의 거의 대부분은 ‘메이드 인 차이나’ 즉 중국산이다. 그 다음으로는 홍콩 미국 태국 등이 짝퉁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꼽힌다.
중국에서 ‘짝퉁왕’이라고 불리고 있는 ‘미스터 왕’의 경우를 보자. 베이징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그의 거처이자 생산공장이다. 작은 방에는 쉼 없이 바느질을 하는 직원들이 있으며, 후미진 곳에 위치한 작은 창고에는 여러 다양한 위조 제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
그는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비상 사태, 즉 경찰의 단속에 걸리거나 기자나 스파이의 침입에 대비해서 2주에 한 번씩 장소를 바꾸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또한 그에게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전에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 전화 통화 끝에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은 협박을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행여 당신이 기자거나 스파이면 사지를 토막내서 죽여버릴 것이다.”
그만큼 철저하고 치밀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짝퉁 세계에서는 최고의 품질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의 제품은 멀리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으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가며, 심지어 인터넷 판매를 통해서도 고객들에게 전달된다. 그는 “내 가방들은 고객을 기다리지 않는다. 고객들이 내 가방을 기다린다”면서 으쓱해 한다.
▲ 베이징의 아파트에 가득 쌓여 있는 짝퉁 가방들. 보통 제조에서 판매까지 집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
이 짝퉁들의 가격은 대부분 진품의 10~20% 정도밖에 안 된다. 가령 ‘미스터 왕’이 80유로(약 9만 7000원)에 팔고 있는 크리스천 디올의 핸드백의 경우 진품은 1500유로(약 180만 원)다.
또한 워낙 구매자가 많고 생산량이 적은 까닭에 사고 싶어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에르메스의 유명한 ‘버킨백’도 이곳에서는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구입할 수 있다. 가격 또한 물론 진품이 2만 5000달러(약 2400만 원)인데 비해 위조품은 3000달러(약 290만 원)면 살 수 있다.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거나 대충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방에 사용되는 악어 가죽을 구하기 위해 그는 ‘에르메스’사처럼 미국에서 구입해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바느질도 중국 사람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초빙해온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을 만큼 품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 결과 이제 위조품도 진품과 거의 차이가 없게 된 것은 당연지사.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일반 소비자가 진품과 위조품을 구별하기란 불가능해졌다.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위조품을 가리켜 아무리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독버섯과도 같다고 비유한다. 워낙 은밀한 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단속도 쉽지 않은 데다가 걸렸다 하더라도 처벌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자가 처벌을 받는 데 비해 구매자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얼마전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짝퉁 시장의 규모가 5400억 달러(약 524조 원)에 달한다는 조사 발표가 있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17배 이상 늘어난 수치며, 앞으로도 짝퉁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짝퉁 시장의 90% 이상은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나서서 스스로 손을 쓰지 않는 한 전세계가 짝퉁의 홍수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