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내려다 보면 오래도록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는 잡초 사이로 희미하게 글씨가 보인다. 반짝이는 네온 형태의 이 글씨는 ‘DERBEVOL KERUNG’ 즉 ‘주민’ ‘인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실 지저분해 보이는 이 공간의 정체는 누가 뭐래도 의미 있는 ‘예술작품’이다. 지난 2000년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예술자문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저명한 예술가인 한스 하케가 제작한 설치미술인 것(사진 2).
이 작품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당시 각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50㎏의 흙을 담아와 부었다(사진 3)는 사실이다. 즉 ‘대의 민주주의’의 본보기가 되었던 셈.
하지만 지금은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해지자 몇몇 의원들이 연방의회 의장에게 “당장 잡초를 손질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애당초 이 작품 설치에 반대한 바 있는 연방의회 의장이 일부러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의원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곧 깨끗하게 손질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