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 시부야의 여학생들.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로이터/뉴시스 | ||
이들 가운데는 원조교제 학생들도 적지 않다. 단순히 용돈 벌기에서, 본격적인 직업으로 나선 아이들도 있다. 물론 학교는 다니지만 철저히 비밀이다. 시부야 거리에서 10대 여성 2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이름은 하루미와 가나코라고 했다. 나이는 16세. 머리는 짙은 밤색으로 염색을 했다. 같은 반 친구로 고교 2년생이라고 했다.
원조교제는 전화박스에 닥지닥지 붙어있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건 게 계기였다고 말한다. 광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크게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경력은 3년. 역산하면 중2 때부터였던 셈이다. 원조 교제 1회 비용은 통상 5만~6만 엔.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에는 반드시 거부한다고 한다. 자신의 몸값이 그 이하는 아니라는 판단 때문. 가장 많은 돈을 받았던 때는 12만 엔. 상대는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었다는 것이다.
일을 끝낸 뒤 돈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뭐라고 표현할까. 오히려 충만감을 느껴요” 일을 하고 난 뒤 받는 정당한 급여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비용으로 화장품은 물론 때론 명품 브랜드의 옷도 산다. 동시에 저축도 해 현재 통장에는 대략 300만 엔 정도 들어있다고 했다. 집에서 받는 용돈은 월 2만 엔. 부모님이 눈치 챌 법도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집에서는 전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외박하는 것도 방임상태라고 했다. 가나코는 스스로를 쇼윈도의 전시품이라고 표현했다. 지쳤다는 뜻인 듯했다.
고교 졸업한 뒤의 진로를 묻자 회사에 취업했으면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만 급료가 뻔해 아르바이트로 원조교제를 계속할 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참고로 일본의 고졸 평균 임금은 월 16만~17만 엔 정도다. 대학 진학 계획도 한때 생각했지만 포기했다고 했다. 장래의 꿈은 ‘오후에 편안하게 차를 마시면서 티 파티를 즐기는 생활’(하루미) ‘넓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수영하는 것’(가나코)이라고 했다. 물론 막연한 것이라는 것은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얘기 도중 하루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고객이 찾는다는 전화였다.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이제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뒷모습을 지켜봤다. 재잘 거리는 듯했다. 때론 시부야의 쇼윈도를 힐끗거리기도 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10대 특유의 밝음이었다. 그러나 이도 잠시. 곧바로 인파속에 파묻힌 그들은 이미 고교생이 아닌 듯했다.
박은호 재일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