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켄 군 시신이 발견된 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용의자 스즈카. 사진은 <주간문춘> 최근호 지면. | ||
지난 4월 9일 일본 아키타 현에서 한 소녀가 실종되었다가 다음날 집에서 10㎞ 떨어진 강가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희생자의 이름은 하타케야마 아야카(9). 며칠 후 경찰은 사고사라고 발표를 했다. 초등 3학년 소녀가 혼자서 외진 강가에 놀러갔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타살이라고 할 만한 물증이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을‘사고’가 아닌‘사건’으로 만든 것은 바로 소녀의 어머니인 하타케야마 스즈카(33)였다. 가만히 있었으면 증거부족으로 흐지부지 끝났을 수도 있었지만 왠일인지 스즈카는 스스로 재수사를 요구하고 두 번째 범행을 저질러 발목이 잡히고 만다. 왜 그랬을까.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범행만이 아니다. 언론에 의해 낱낱이 드러난 그녀의 면면을 보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사람들은 딸을 잃은 스즈카를 동정했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에는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TV에서는 “눈물을 흘릴 힘조차 없다”며 슬픔에 빠진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 딸의 장례식에서 슬퍼하기는커녕 마치 남의 일처럼 조문객을‘구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의혹의 시선이 서서히 자신에게 쏠리자 제발이 저렸던 것일까. 스즈카는 도리어 경찰에“사고일 리가 없다”며 재수사를 요청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제스처에도 불구하고“어머니가 수상하다”는 이야기가 점점 퍼져나갈 무렵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5월 17일 스즈카 집에서 두 집 건너에 사는 7세 소년이 목이 졸린 채 강가에서 발견됐다. 소년의 이름은 요네야마 고켄으로 스즈카의 딸 아야카와도 자주 놀던 친구 사이였다. 경찰은 소년의 옷에 붙어있던 동물털이 아야카가 전에 기르던 토끼의 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6월 4일 스즈카를 전격 체포했다.
경찰 수사 결과 두 사건 모두 스즈카의 짓으로 밝혀졌다. 결국 스즈카는 지난 7월 18일 자신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한번 더 체포됐다. 딸을 잃고 슬픔에 빠졌다던 어머니가 하루아침에 친딸을 죽인 살인마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경찰에서 스즈카는“(딸이) 인생에 짐이 되고 귀찮아져서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 강으로 떨어뜨렸다”며 딸을 죽인 이유를 설명했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왔고는 상상하기 힘든 충격적인 진술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그녀는 평소에도 “만일 재혼을 하게 된다면 (아야카를) 시설에 맡기려고 한다. 아이가 싫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혼녀인 그녀의 인생에서 딸의 존재는 결코 원하지 않았던 무거운 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딸도 모자라 이웃집 아이까지 죽인 이유는 뭘까. 경찰은 딸을 살해한 스즈카가 용의자로 자신이 의심받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익명의 경찰 관계자가 한 주간지를 통해 흥미로운 주장을 내놨다. 스즈카가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른 동기 속엔 TV에 출연해 관심을 끌려는 심리도 있었다는 것. 사연은 다음과 같다.
▲ 스즈카는 딸 아야카(9·왼쪽)와 이웃집 아이 고켄(7)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 ||
며칠 후 방송국 사람들이 찾아와 그녀를 인터뷰했다. 스즈카의 어머니에 따르면 당시 방송국 PD는“경찰에 조사를 맡겨봐야 아무 소용없다. 우리가 알아서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라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스즈카는‘비운의 어머니’라도 된 듯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러나 방송이 두 번이나 취소되자 크게 실망한 그녀는 그 이틀 후에 고켄을 살해하고 만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지인에게“두 번째 사건을 일으키면
한편
이 경찰 관계자의 주장이 맞다면 두 번째 희생자 고켄은 살인혐의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와 주목받고 싶어하는 심리에 압박받고 있던 스즈카 앞에 제발로 나타난 억울한 먹이였던 셈이다.
어린 시절 경험을 포함한 스즈카의 과거 행적들도 범행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혼녀인 스즈카의 집에는 남자들의 출입이 잦았는데, 현관에 남자 신발이 있을 때는 딸에게 집안에 들어오지 말라고 교육시켰다. 이에 대해 집안에서 매춘을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아야카는 컵라면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내쫓겨야 했다. 아야카는 늦은 시간에 혼자 놀이터에서 생라면을 씹어 먹거나 이웃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부탁하고는 했다.
스즈카가 딸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 것은 유년 시절 경험과도 상관이 있다. 그녀 또한 부모의 방치와 폭력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심한 폭력을 일삼았다. 스즈카는 자신이 맞지 않기 위해 남동생의 잘못을 고자질하곤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게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는 점점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그녀는 학교에서도 존재감이 없었다.‘왕따’라기보다는‘투명인간’취급을 당하는 쪽이었다. 친구의 지갑을 자주 훔쳤고, 그때마다 스즈카는 아이들에게 한턱 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돈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이다.
타인의 관심에 굶주려왔던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터득하게 됐다. 그녀는 자신에게 잘해주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리광을 부리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시하거나 적대시했다.
스즈카의 이러한 성격을 전문가는‘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설명한다. 이들의 특징은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공격성이 강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범죄자의 75%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는 어디까지나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친 성격일 뿐 정신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