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은 처음부터 ‘암 탐지견’으로 훈련받은 것은 아니었다. 4년 전 산에서 조난자를 구조하는 탐색견으로 냄새를 구별하는 훈련을 받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마린은 이 훈련에서 다른 개들을 능가하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여러 가지의 음식을 먹은 후 그 입김을 맡게 해도 각각의 음식을 구별할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지녔던 것이다.
이때 마린을 훈련시키던 사토 씨는 “뱃속에 들어있는 음식의 냄새를 구별할 정도라면 뱃속의 병, 이를테면 위암의 냄새도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2월 암클리닉으로부터 위암, 폐암, 식도암 환자가 내쉰 숨을 제공받아 실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위암 환자의 숨이 들어있는 봉지 하나와 건강한 사람의 숨이 들어있는 봉지를 세 개 준비했다. 이 봉지를 각각 다른 상자에 넣어두고, 마린에게 위암 환자의 숨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리고는 같은 냄새를 찾게 하는 식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마린이 실험에 익숙해지자 사토 부장은 다른 암 환자의 냄새에도 반응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위암의 냄새를 ‘견본’으로 훈련받은 마린은 주저하지 않고 폐암과 식도암의 냄새도 알아맞혔다. 사토 씨는 이때 모든 암에는 공통되는 냄새가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계속된 실험의 성공률은 놀랍게도 100%라고. 마린의 현재 이런 특별한 능력을 이용하여 암을 탐지하는 기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마린이 암 냄새를 구별한 첫 번째 개는 아니다. 서양에서는 전부터 이런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의 한 연구재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실험도 했다.
다섯 마리의 개에게 3주 동안 암환자의 냄새를 식별하는 훈련을 했다. 이후 개들은 폐암 환자와 유방암 환자 그리고 건강한 사람의 냄새를 88~97%의 확률로 구별했다. 특히 폐암에 있어서는 99%의 성공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모든 암환자에게 공통적으로 나는 냄새’의 정체는 무얼까. 유감스럽게도 개들과 달리 인간은 아직 그 성분을 밝혀내지 못했다. 미국의 플로리다 주립대학 측은 “암세포에는 건강한 세포에 없는 알칸이나 벤젠 등의 유도체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하지만 개들이 어떤 성분의 냄새로 암을 식별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마린과 같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개들을 암검사에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임신 진단 테스트처럼 싸고 간편하게 암을 발견하고 치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