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씨가 개발했다는 ‘유전자 다이어트’란 과연 뭘까. 사토 씨는 똑같은 다이어트를 해도 사람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각각의 유전자에 맞는 다이어트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유전자 다이어트다.
일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세 가지 비만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β3AR 유전자 보유자는 ‘사과형’ 비만이 나타나고 UCP1 유전자 보유자는 ‘서양배형’, β2AR 유전자는 ‘바나나형’ 비만이 나타난다.
‘사과형’은 복부 주변에 지방이 쌓이기 쉬운 체질로, 당분을 분해하는 인슐린 분비가 적은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당분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양배형’은 엉덩이를 중심으로 하체에 살이 잘 찌는 체질로 지방 섭취를 줄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나나형’은 팔다리가 가늘고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근육도 만들기 어렵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워도 금방 빠져버리는 것이 단점. 따라서 이 타입은 고단백질 식사와 함께 운동을 병행하여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도쿄대학을 졸업한 미녀 탤런트 기쿠카와 레이, 수영복 모델로 유명한 오토하 등이 대표적인 유전자 다이어트의 신봉자. 이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유전자 다이어트법을 애용하면서 사토 씨도 덩달아 인기가 치솟아 TV, 잡지 등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러나 그녀가 이토록 유명해진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그녀의 화려한 이력이다.
본인이 주장한 바에 따르면 열다섯 살에 미국 코넬대학에 들어가 1991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정치학부와 의학부를 졸업하고 비만 유전자에 근거한 심장병 치료에 대해 연구해왔다. 또한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부 석사(MBA)와 박사 후기과정(PhD)을 수료했다. 2000년부터 스위스의 세계적인 금융그룹인 ‘UBS캐피털’의 일본 책임자를 거쳐 2004년에는 다이어트 관련 회사인 일본웨이트매니지먼트(현 제네시스헬스케어)를 설립해 일본인 특유의 비만 유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른 건강 증진과 감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토 씨는 서른여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화려한 경력까지 뒷받침되고 보니 그야말로 재색을 겸비한 미녀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또 남편의 일 때문에 일본에 귀국해 아이들을 키우며 지내던 중 도쿄대학에서 유전자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비상근 강사로 일하고 있다며 “도쿄대학은 코넬대학보다 수준이 낮다” “유전자 연구로 노벨의학상이 아닌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다”는 등의 말도 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완벽한 듯 보이던 그녀에게 최근 한 가지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일본의 방송가에서 그녀의 경력이 허위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경력을 부풀렸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의사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다.
이에 <주간문춘>이 경력 확인작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첫째는 코넬대학 재학 이력과 의사면허 여부. 미국의 코넬대학 의학부에 연락해본 결과 “해당 인물은 우리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아니며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도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두 번째는 도쿄대 재직여부. 그녀가 비상근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도쿄대학도 “의학부와 약학부에 사토 세리카라는 교수는 없으며 비상근 강사로 채용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 코넬대학을 관할하는 뉴욕주 보건국에 그녀의 의사면허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역시 기록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대한 사토 씨의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결혼과 함께 이름이 바뀌기 때문에 (잡지사에서 조회를 요청한) 이름이나 철자가 틀렸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어떤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지 알려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중요한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또한 그녀는 “미국에서는 의학부를 졸업하면 모두 의사가 될 수 있다. 일본처럼 국가시험을 치르지는 않기 때문에 보건국에 등록이 안 돼 있어도 의사임에는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이런 불충분한 해명에 대해 기자가 끈질기게 추궁하자 그녀는 “매스컴이 어째서 심장외과의라는 부분을 크게 다루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심장외과의라기보다는 유전자 연구자다. 나도 자존심이 있다.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대답하고 싶지 않다. 변호사를 고용해서 고소하겠다”며 본질을 벗어난 답변만 늘어놓았다. 실제로 고소를 했는지의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과연 미모의 여의사 사토 씨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할까. 일본인들은 다이어트를 잠시 멈춘 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