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회에서도 법안 전쟁 등 극한 대치상황이 연출될 경우 돌격대들이 육탄 전쟁을 벌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 바 있다. 여야 모두 대치 국면이 도래할 경우 돌격조, 육탄조 등 사전 역할 분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곤 했다. 여성 의원들이 최전선에서 육탄 방어를 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돌격대 편성 등 대치 정국을 진두지휘하는 여야 사령탑은 누구이고 돌격대 역할은 과연 누가 맡게 되는 걸까. 이 경우 여야를 불문하고 원내대표가 사령탑을 맡는다는 게 정설이다. 원내 수장인 만큼 대치정국 등 국회내 모든 전략 전술은 원내대표가 구상하고 원내부대표와 상임위 간사들이 중간 사령탑과 돌격대 리더 역할을 하고 초재선 등 소장파 의원들로 주요 돌격대원을 구성한 전례가 많았다.
이번 12·18 국회 폭력 사태 또한 과거 사례와 비슷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 민주당에선 행정안전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이 돌격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 의원은 한나라당이 법안심사소위를 강행하려 한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혈혈단신으로 회의 진행을 막아왔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이자 원내부대표인 신학용 의원의 활동도 눈에 띄었다. 신 의원은 민주당이 ‘상임위 저지’ 방침을 정한 15일부터 상임위 활동을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저지하는 노하우를 발휘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행동대장 역할로 여론의 논란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실 문을 해머로 부수는 등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국회 사무처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에선 권택기 의원이 민주당 돌격대에 맞서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다. 권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정무위원장인 김영선 의원 등과 함께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진 외교통상위원장도 돌격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미 FTA 비준안을 상임위에 강행 상정한 데는 박진 위원장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18대 국회 들어 첫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며 비준안 상임위 상정 하루 전에 국회 경위들을 배치하는 등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가 단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상정을 마무리 지은 바 있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여권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온 박 위원장의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둘러싼 뒷말도 무성히 나돌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선 여야의 입법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여야 모든 의원들이 돌격대로 변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