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가수 지유진
[대전=일요신문]육심무 기자 = 국악인 지유진은 요즘 대전에서 가장 핫(HOT)한 신세대 국악 가수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공연에 초청돼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는 것이 마냥 좋았다는 지유진은 대전 문정초와 탄방중, 대전예술고를 거쳐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음악극과를 졸업하고 대전을 거점으로 판소리는 물론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시험하는 국악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어려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오직 노래 부르는 것에만 흥미가 있었던 그녀는 방송사 어린이 합창단 오디션을 보았지만 우월한 기량에도 튀는 소리가 합창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어린 마음에도 나는 독특하다는 인식을 지니게 됐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아파트 반상회에서 같은 라인에 살던 고향임 명창을 만나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해 1996년 11살에 제5회 학생국악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8년 제3회 한밭전통 가무악 전국 경연대회 최우수상, 2000년 제6회 전국예능 실기대회 종합대상, 2002년 동초제<춘향가> 4시간 전편 발표회를 가졌다.
2006년 제2회 동초제 <춘향가> 4시간 후편 발표회를 열었고 2007년 제9회 여수진남 전국 국악경연대회 명창부 최우수상을, 2007년 전주완산 전국 국악 대제전 대상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판소리 공연 중인 지유진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오정숙 동초제 판소리 이수자이자 한국의 소리 보존회 대표로 활동하면서 올해 지유진 퓨전국악앨범 1집 ‘연’을 발매하기도 했다.
전통 판소리는 물론 국악 가요의 공연과 후진 양성 등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지유진 대표를 만나 국악 가요에 대한 궁금한 점 등을 물어봤다.
- 국악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 지?
우리 가락이 좋아 판소리를 전공했고 지금 국악에 대해 한참 배우고 있는 풋내기인 저는 항상 감사하며 우리 국악의 흥겨운 가락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별로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없는데, 힘든 것을 찾는다면 연습인 것 같아요. 실력을 쌓기 위해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온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낄 때가 유일하게 힘든 점이죠.
판소리 역량이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력 향상을 위한 연습 말고는 아직은 특별히 힘들다거나 어려운 것은 모르겠네요.
아직 내가 공부하고 연습한 만큼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싶거나 후회 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불만 보다는 소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게 커요.
- 판소리는 배우기 어렵지 않나요? 옛날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폭포소리를 뚫을 경지에 이르기 까지 피를 토하며 소리를 가다듬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데.
판소리를 배우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아요,
국악은 우리 민족의 흥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인 만큼 끔찍한 음치나 박치가 아니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영민한 요즘 아이들은 물론이고 저에게 국악가요를 배우는 어른들도 조금 지나면 국악에 대한 감이 잡히고 어느 순간 그냥 소리가 들린다고 말씀하셔요.
수 천년 이어온 우리의 자연 환경과 농경과 건축 등 모든 사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되고 형성된 국악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유무형의 예술 혼 및 형태 등이 우리 디엔에이에 새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봄바람처럼 따스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한여름의 폭염처럼 뜨거운 정열과 가을 들녘의 풍요, 겨울의 매서운 북풍한설을 이겨내는 인내와 생명력 등 다양한 삶의 지혜와 정서가 자연스럽게 소리와 가락으로, 몸짓 손짓으로, 다양한 악기의 음으로 점차 세련되게 정련된 것이 우리 국악인 만큼 서양 노래나 악기보다 쉬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아니면 너무 당연하기에 귀중함을 잊고 잠시 미루어 두었던 것은 아닌지 싶어요.
사람들이 생각 할 때 판소리를 배우려면 폭포에 가서 소리를 지르고 피를 토하고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도 득음의 경지까지 올라 피를 토해 보진 않았지만 듣기로는 손수건에 살짝 묻어나는 정도라 하더라고요.
과장된 표현들이 눈덩이가 구르면서 뭉쳐지듯이 세월이 흐르면서 전설이나 신화가 되어버린 느낌이에요.
국악 가요 공연
- 국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에서 가야금 병창부에 들어갔는데 가야금을 켜는 것은 싫고 노래하는 것만 좋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그 것은 판소리라고 가르쳐 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한데 ‘그런 것이 판소리래’ 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느날 반창회에서 고향임 선생님이 본인은 판소리 공연이 많아 반상회에 잘 참석하기 어렵다고 하시자 바로 저를 내려오라고 하셔서 소개시켜 배우도록 한 것이 시작이에요.
제 첫 스승님인 고향임 명창께서 저를 테스트 해보시더니 이아이 키워보고 싶다고 하셨고 저도 배우고 싶고 해서 사제의 인연을 맺은 그 때가 저 초등학교 4학년 때네요.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하죠?
이 후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오정숙 선생님께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를 배웠고, 이순단 선생님께 수궁가를 전수받고 이제 적벽가 하나 남았어요.
장학생으로 대전예고에 들어갔고 중앙대 국악대학 음악극과를 졸업하고 보통 대학원 가는 것이 코스인데 저는 다른 길을 걸었어요.
졸업 즈음에 대전에서 ‘모리’라는 국악실내악단과 국악가요를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수락했어요,
당시가 국악가요가 나오기 시작할 무렵인데 가수 이선희씨의 노래 ‘인연’이 대표적인 국악 가요지요, 또 ‘배띄워라’, ‘쑥대머리’, ‘난감하네’, ‘아리요‘ 제 노래인 ’뱃놀이, ‘오늘 하루만, ’사모곡‘ 같은 노래가 널리 알려진 국악 가요예요.
- 한국의 소리 보존회는 어떤 단체인지?
지난 2015년 제가 정통 국악 공연을 위한 만든 단체예요, 저는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 거든요. 국악인으로 국악 가요 공연은 전국에서 많은 초청을 받아 무대에 오르고 있고 날이 갈수록 요청이 증가하고 있어요.
그러나 반면에 전통 국악 쪽에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관중 동원도 힘들어서 설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결국 전통 국악 무대에 서기 위해 뜻이 맞는 친구들과 매년 한 차례씩 두차례 사비를 들여 공연을 했고 올해 3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은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사비로 충당해야 하지만 친구들도 있고, 학생들도 있고, 어른 제자들도 있어 발표회 식으로라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예요.
-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판소리는 어렵지만 국악 가요는 쉽다고 생각하는지 국악 가요를 배우겠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와요.
그러나 국악 가요는 기본적으로 판소리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판소리 배우기 보다 쉽지 않아요. 다만 재미가 좀 더 있다고 해야 하나요.
레슨 요청을 받아들여 국악 가요을 가르치다 보면 스스로 판소리 실력을 길러야 겠다며 판소리로 돌아가는 분이 많아요.
결국 국악 가요가 판소리 저변 확대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는 셈이네요.
올해는 음반작업을 해서 앨범도 나왔어요. 세종시에서 국악대회를 만들었는데 제 초등학교 제자가 1등을 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우선 빠른 시일내에 대통령상을 받는 것 인데 그 것을 받아야 단계가 올라가거든요.
국악가요를 하지만 판소리를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거든요.
대회 나가서 대통령상 받고 국악 가요하면서 사람들한테 국악을 널리 알리고요, 궁극적으로는 전통 국악을 통해 인간문화재 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완전 큰 꿈이죠, 흐흐.
지유진
- 국악인 지유진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국악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 판소리 음색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음색이 거부감이 없고 듣기가 편하시니까 저를 좋아하는 것 같고 자주 불러주시는 것 같네요.
제 욕심엔 다양한 표현력을 지닌 팔색조의 목소리를 가졌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데, 아무래도 더욱 노력 해야겠죠?
국악인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국악이 우리나라 음악이잖아요?
우리나라 음악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 국악은 어렵다고 생가하지 마시고 가까운 문화센터 등을 찾아 한 번이라도 들어보시고, TV에 국악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 마시고 1분이라도 들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보문산에서 열릴 숲속의 음악회나 연정국악원 등의 국악 공연에도 많이 찾아와 주시기를 부탁드릴께요, 모두 건강하세요,
smyouk@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