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문무일호’ 검찰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자 법무부는 10일 검찰 내 차·부장검사급 인사를 단행했다. 언론에서는 ‘파격 인사’라는 평이 나오지만, 검찰 내에서는 “겉으로만 파격일 뿐, 자세히 보면 검찰 내 안정을 중시한 인사”라는 분위기다. 특히 몇몇 두드러지는 자리 외에는 실력을 중시하면서, 대부분 납득할 수 있는 인사가 났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는 언론과 소통을 담당하며, 주요 사건을 지휘하는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 3차장 검사에 각각 박찬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26기)과 한동훈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27기)을 임명했다.
이는 기수와 전공 등 기존 인사 패턴을 크게 흔든 파격 인사에 해당한다. 원래 대공·선거·시위 등 공안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특수수사통인 박찬호 부장을 임명했기 때문. 특히 2차장 검사는 향후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특수통을 임명해 국정원과 소통해 온 기존 공안 검사들을 배제하는, 단호한 수사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또 각종 기업 및 정치인 수사를 주로 하는 특수부 관할인 3차장에 박영수 특검팀 때부터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한동훈 부장을 임명한 것은 더 큰 파격으로 언론에서는 풀이한다. 전임자인 이동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22기)보다 다섯 기수나 후배이기 때문.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런 파격은 예상됐던 부분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형사부 출신 부장검사는 “한동훈 부장의 3차장 임명과 특수통인 박찬호 부장의 2차장 임명,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약진을 놓고 파격이라고 평가하지만 사실 한동훈 3차장 검사를 비롯해 두 명 모두 실력 면에서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던 검사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검사는 “신자용 특수1부장(28기)이나 양석조 특수3부장(29기) 임명을 놓고, 특검팀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언론은 평가하지만 이미 실력 면에서 A급이었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가는 게 이상하지 않다. 검찰 내에서 인사 전 하마평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고, 그대로 됐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 아니다”고 보탰다.
좌천성 인사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사건을 주도했던 한 검사 역시 “정부가 바뀌면 앞선 정부에서 큰 사건을 주도했던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를 당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이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오히려 놀랐다”며 “언론에서는 파격이라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실력을 토대로 제대로 인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이 크게 좌천되지 않았다. 앞선 정부에서 특수 수사를 주도했던 문홍성 대전지검 특수부장(법무부 대변인),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순천지청 차장검사), 김석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대구 서부지청 형사부장) 등은 모두 나쁘지 않은 자리를 받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원래 좌천성으로 인사를 내려면 고검 검사로 파견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들도 나쁘지 않은 지역의 요직으로 인사가 대부분 났다”며 “사실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는 경력만 놓고 억울하게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재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 정부는 그런 점도 충분히 인지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한 듯싶다”고 만족해했다.
검사들은 오히려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이번 인사를 통해 구호에만 그칠 수 있는 점이 드러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탈검찰화가 무색한 인사임이 분명하다”며 “이번 검찰 인사에서 법무부를 떠난 검사는 모두 29명이었는데 법무부로 전입된 검사는 28명이지 않나. 검찰 개혁을 앞두고 비슷한 규모의 파견 검사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법무부와 검찰이 개혁을 앞둔 과정에서 검찰 목소리를 최대한 잘 유지하고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사에 밝은 검찰 핵심 관계자는 숨겨진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바로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된 이종근 수원지검 형사4부장 얘기다. 이 부장검사는 공식 발령 전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실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정치권(국회)에서 넘어와 정권과 법무부 장관과의 비공식 소통을 담당하는 자리가 정책보좌관인데 검사 출신이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장검사가 청와대와 끈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정책보좌관 자리는 원래 정권이 끝나면 함께 그만두는 자리다. 벌써부터 이 부장검사의 향후 거취를 두고 여러 얘기가 도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