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 4년 6개월 만에 멀쩡하게 살아 돌아온 숀 혼벡. | ||
최근 미국 미주리주에서 두 건의 유괴 사건이 동시에 해결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월 8일 실종되었던 벤 오운비 소년(13)을 찾던 경찰이 같은 집에서 4년 6개월 전 사라졌던 또 다른 소년 숀 혼벡(15)을 찾아낸 것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자 가족들은 모두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감동도 잠시였다. 처음에는 ‘기적’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언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여러 가지 ‘의혹’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4년이 넘도록 이웃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고 태연하게 아버지와 아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숀은 충분히 기회가 있었는데도 왜 도망치지 않았나 하는 점 등이 그렇다.
숀이 실종된 것은 지난 2002년 10월이었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만 것이다.
미주리주 리치우즈에서 엄마와 양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숀은 평소 조용하고 착한 성격에 별다른 말썽도 부리지 않았으며, 가출은 더더욱 할 리가 만무했다. 이에 아들이 유괴된 것으로 믿은 부모는 하던 일도 모두 그만둔 채 백방으로 아들을 찾는 데만 몰두했다.
그리고 4년이 훌쩍 지난 1월 12일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올해 15세가 된 아들이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비록 유괴를 당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아들은 건강해 보였으며, 학대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한 흔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 놀라운 것은 소년이 경찰에 의해 발견된 과정이었다. 처음 경찰이 유괴 사건을 수사했던 것은 사실 숀이 아닌 4일 전 유괴되었던 또 다른 소년 때문이었다. 지난 1월 8일 미주리주 뷰포트에서 벤이 하굣길에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라졌던 것이다.
당시 흰색 픽업 트럭이 소년 근처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 친구의 증언을 토대로 경찰은 트럭을 수색하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벤의 집에서 약 90㎞ 떨어진 곳에 있는 커크우드 지역에서 비슷한 트럭을 발견했다.
▲ 돌아온 숀이 어머니(위), 아버지와 환하게 웃고 있다. | ||
하지만 그가 피자가게로 출근한 후 집 안을 수색한 경찰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당초 찾고 있던 벤 외에도 또 한 명의 소년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 숀을 알아보지 못한 경찰은 이내 그가 4년여 전 실종된 소년이란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점은 4년 만에 소년을 찾았다는 데 있지 않았다.
보통 유괴범들은 이웃 주민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어린이들을 집안에 감금한다. 어린이를 집에 홀로 둔 채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함께 외출을 하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숀과 유괴범 데블린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누가 봐도 다정한 ‘친아빠와 아들’ 사이였다.
길 건너에 사는 릭 버틀러(43)는 “소년은 겁에 질려 있거나 도망가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부자 지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둘이서 가끔 다정하게 교외로 나가 야영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숀이 동네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면서 놀거나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보았으며, 길에 떨어진 숀의 휴대폰을 발견하고 돌려준 적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웃에 사는 주부 크리스타 존스는 “책가방이나 공책을 든 모습을 못 봐서 그저 퇴학당했거나 대안학교에 다니는 걸로만 생각했다. 유괴된 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숀의 절친한 친구였던 토니 더글러스라는 이름의 소년 역시 같은 증언을 했다. 종종 함께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탔다고 말한 그는 “가끔 숀의 집에 놀러 가서 자고 오기도 했다. 숀이 학대를 당하거나 유괴를 당했다는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유괴범 마이클 데블린. | ||
더구나 숀은 인터넷에 자신의 신분까지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데블린이 일하러 나가면 늘 집에 홀로 남겨져 있던 숀은 ‘숀 데블린’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회원 가입을 했던 것. 가령 2005년 11월 ‘야후’에는 거주지가 커크우드로 기록된, 눈썹에 피어싱을 한 실제 숀과 비슷한 모습의 소년의 사진이 등록되어 있었다. 발견 당시 숀은 입술과 귓불에 피어싱을 한 상태였다. 또한 2004년 개설된 ‘mindviz.com’이라는 홈페이지의 주인 역시 거주지 주소나 사진으로 보아 숀임에 틀림이 없었다.
더욱 소름 끼치는 것은 그의 부모가 그를 찾기 위해 만든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이었다. 지난 2005년 12월 1일 게시판에 ‘숀 데블린’이라는 이름의 유저가 다음과 같은 짤막한 글을 남겼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아들을 찾을 건가요.”
이에 대해 한 범죄심리학자는 일종의 ‘공포의 제압’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가정했다. 유괴범이 피해자의 마음을 공포로 제압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어린 소년일 경우 유괴범으로부터 달아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것. 만일 자신이 도망칠 경우 자신은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행여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아예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현재 가족은 물론 경찰이나 언론도 그의 ‘과거’를 밝혀내는 데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태. 가족들은 그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소년이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급 유괴 혐의로 기소된 데블린은 전과 기록도 없는 평범한 남성이었으며, 왜 그가 아이들을 유괴했는가는 조만간 법정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