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 무토 유키(왼쪽)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무토 아즈미의 사진을 게재한 <주간문춘> 지면. | ||
도쿄 시부야에 있는 무토 유키(21)의 집.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없는 유복하고 화목한 집안이다. 부모, 조부모가 치과의사이고 장남인 형도 치의대에 재학 중인 치과의사 집안.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범행을 저지른 차남 유키도 치과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삼수를 하고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유키는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진술했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말 한마디에 화가 나서 저지른 일이라고 보기에는 살해 방법이 너무 집요하며 치밀하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와 정신과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범행이 일어난 것은 유키가 합숙학원에 들어가기 전날인 지난 12월 30일. 어머니와 장남은 새해를 외갓집에서 보내기 위해 후쿠시마 현으로 떠났고 아버지는 외출 중이었다. 희생자인 여동생 무토 아즈미(20)는 나중에 아버지와 함께 후쿠시마로 떠날 예정이었다.
가족들 없이 둘만 남겨진 집에서 아즈미는 “오빠는 공부를 안해서 성적이 나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머리가 나쁜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꿈이 있지만 오빠는 꿈도 없잖아”라며 오빠 유키를 무시하는 말을 했다. 이에 화가 난 유키는 목검으로 아즈미의 머리를 몇 번이나 내리쳤다. 이어 아즈미의 목을 졸랐고, 정신을 잃자 욕실로 끌고 가 목욕물에 빠뜨렸다.
동생을 죽인 유키는 쉴 틈도 없이 더욱 끔찍한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부엌칼과 톱으로 시신을 열다섯 토막 내버린 것.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토막 낸 이유에 대해 “버리기 위해서”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이후 그는 여전히 동요 없이 증거인멸 작업에 들어갔다. 비닐봉투 등에 시신을 분리해 자신의 방 옷장에 넣어두고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세제로 깨끗하게 닦아낸 것. 피 묻은 자신의 옷을 세탁한 것은 물론이다. 가족이 집을 비운 8시간 동안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다음날 오후 유키는 부친한테 “친구가 준 관상용 상어가 죽었으니 방에서 냄새가 나도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해놓고 합숙학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유키의 범행이 발각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새해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부모는 다음날인 1월 3일 이상한 냄새가 나는 옷장 문을 열어보고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유키와 아즈미가 심하게 다퉜던 사실을 떠올린 아버지는 경찰에 “범인이 유키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순순히 경찰서에 동행한 유키는 “혹시 네가 말하는 ‘상어’가 여동생의 사체를 가리키는 것이냐”는 질문에 울며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범행 동기에 대해 유키의 열등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대학생인 여동생이 자신을 우습게 여기자 분을 못참고 흉기를 휘둘렀다는 것. 이러한 열등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의 과거로 되돌아가 보자.
주위의 증언에 따르면 어린 시절 그는 매우 평범한 아이였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당시 유키는 치의대 진학을 꿈꿨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점심 때가 돼서야 등교하는 등 지각이 잦았으며 수업 중에 졸기 일쑤였다. 또 흥분을 잘해 주위 사람을 긴장시키곤 했다.
더구나 살인을 하는 법에 대해 주변에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람을 죽일 때는 이렇게 하라’거나 ‘목을 조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또 <완전 자살 매뉴얼>이라는 책을 자주 읽었는데 이 책은 1993년에 발매돼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자살방법 등을 다룬 책 내용 때문에 당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여동생과의 관계는 전부터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키는 형과 함께 아즈미를 유치원 때부터 괴롭혀 왔다. 막내인 아즈미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이와 관련, 아키는 친구에게 “동생과 사이가 나쁘다. 여자인 데다가 연년생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일본 국민들은 무엇보다 잔인하고 치밀한 범행방법에 대해 몸서리를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신을 토막 낸 것은 쉽게 버리기 위한 이유와 경찰에 잡히기 싫다는 두려움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여동생의 시신에서 가슴과 하복부가 사라졌다는 점.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는 “이는 성적 행동의 상징이다. 범인이 여동생과의 사이가 나쁘다고 했는데, 여동생이 아닌 ‘여성’으로 의식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억눌린 성적인 감정과 공격충동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고 지적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