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독일에선 청소년 포르노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슈테른>이 심층 보도했다. | ||
이런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바람기 가득한 카사노바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이렇게 내뱉는 주인공은 앳된 얼굴을 한 열네 살 먹은 소년이다. 대체 누가 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답은 바로 ‘포르노 영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포르노 배우’들이다. 지금 독일에서는 날로 늘어만 가는 ‘포르노 중독 청소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단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어린이들까지 무방비로 포르노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듯이 매일 포르노를 보고, 성폭행을 주제로 한 노래를 듣고, 또 포르노 속 주인공들처럼 윤간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아이들.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독일 어린이들의 성의식을 시사주간 <슈테른>에서 심층 보도했다.
만일 어떤 어린이가 어린 시절부터 만화영화 대신 줄기차게 포르노를 보면서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버젓이 부모님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하루종일 섹스 비디오를 본다면 말이다.
하드코어 포르노를 보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또 ‘섹스란 으레 저렇게 폭력적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세뇌당한다면 분명 이 아이는 자라서 엄청난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의 경우 이것이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데 있다.
이런 병폐 현상은 이미 독일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성범죄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04년에는 4000건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뉴스 시간에는 미성년자들이 또래의 아이들을 성폭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다섯 건 중 하나는 10세를 전후한 어린이들이란 점이다.
할렘에 속하는 에센의 카테른베르크 지역의 경우를 보자. 주로 하층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 지역의 가정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 하루종일 TV가 켜져 있는 일은 다반사. 그런데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나란히 앉아 보고 있는 것은 일반 정규방송이 아니라 다름 아닌 ‘포르노 영화’다.
부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녀들과 함께 포르노를 시청한다니 놀랄 일. 하지만 부모들은 ‘뭐가 문제냐’는 태도다. 특히 이 지역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은 편모 밑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아이들 양육에 소홀하거나 책임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사회교육학자인 토마스 뤼트는 “이런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지극히 위험하게 자란다. 섹스와 관련된 것들은 모두 통달하고 있지만 정작 사랑이나 애정에 대해서는 모른다. 단순히 섹스만 배우는 것이다”고 말한다. 때문에 이 지역의 청소년들은 이성을 사귈 때에도 그저 섹스만 할 줄 알았지 키스를 하거나 손을 잡거나 부드럽게 서로를 애무할 줄은 모른다. 마치 포르노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에 의해 자유롭게 포르노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은 비단 에센뿐만이 아니다.
베를린도 사정은 마찬가지. 거리에서 청소년을 선도하는 사회봉사자인 아이텐 쾨제는 어느날 사무실 앞의 길거리에서 9~10세가량 되어 보이는 한 무리의 소년들이 다른 한 소년을 집단으로 놀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가 자초지종을 물은 그녀는 이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친구를 괴롭히니”라는 그녀의 물음에 아이들 중 한 명이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얘네 엄마 때문에 그래요. 얘네 엄마는 남자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직접 섹스하는 것도 봤어요. 놀러 가면 포르노 영화도 보여 주시고, 우리들 앞에서 스트립 쇼도 해주세요.”
▲ 아이들 침실 컴퓨터 속엔 음란물이 가득하고 거리에선 포르노 잡지를 돌려본다. 그럼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 ||
또한 베른트 지겔코프 목사 역시 최근 아홉 살 먹은 꼬마 신도로부터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소년이 밥을 먹던 중 “신부님도 끈팬티를 입으세요?”라고 물었던 것. 이어 소년은 “우리 엄마 남자친구는 매일 끈팬티를 입던데. 끈이 정말 아주 얇아요.”
이와 관련, 지겔코프 목사는 몇 년 전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들이 성에 대해서 부쩍 관심을 갖게 됐고, 모든 대화나 관심이 ‘섹스’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민 상담을 하러 오는 아이들 역시 대부분 성과 관련된 상담을 요청하곤 한다. 하루는 열한 살 소녀가 “아직 첫경험을 하지 못했는데, 정상인 것 맞나요?”라고 물어왔다.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역시 대부분이 편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란 점이다. 또한 대다수의 이런 엄마들은 아이들이 성생활에 방해가 된다며 거추장스러워한다.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여성은 “남자친구랑 섹스를 하면서 아예 방문을 활짝 열어놓곤 해요. 아이가 봐도 상관 없어요”라고 말한다. 비슷한 처지의 또 다른 여성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섹스’예요”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포르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거나 부모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게 되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이다. 특히 포르노물이 폭력적으로 변할수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 중에 하나가 바로 ‘갱뱅(Gang-Bang)’이다. 갱뱅이란 여러 명의 남성이 동시에 한 여성과 성교를 하는 것으로 윤간, 혹은 난교를 의미한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갱뱅은 포르노 영화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섹스 유형이기도 하다.
한 14세 소녀는 “지난 일요일 밤에 갱뱅을 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가 하면 19세 소녀는 “한 번에 열두 명이랑 동시에 섹스를 해봤어요. 제 최고 기록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부 청소년들은 갱뱅을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후 공유하는가 하면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서로 ‘주인공’이 되기 위한 경쟁도 심하다.
이런 현상은 특히 하층민 자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인생에서 마땅한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한 아이들이 포르노 영상 속의 배우들의 행동이나 언어들을 따라 배우게 되는 것이다. 또한 포르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로부터 섹스를 배우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비정상적인 행위들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물론 하층민만 포르노를 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그리고 무분별하게 본다는 데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며, 시청하는 프로그램도 대부분 저질스런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가령 무분별한 성생활로 아이 아버지를 모르는 여성이 친부확인 검사를 하는 생방송이나 자기 딸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맺는 엄마가 나오는 토크쇼 등이 그렇다.
또한 아무리 포르노를 금지한다 하더라도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포르노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인터넷에 능숙한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아무 때고 음란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사태가 점차 심각해지는 경향을 보이자 현재 독일 정부를 비롯한 청소년단체나 사회학자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상태. 우선 아이들이 포르노, 특히 하드코어 포르노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가 하면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촉구하는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그릇된 성의식은 어쩌면 이들이 ‘섹스’보다 ‘사랑’을 먼저 배우지 않는 한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