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 포스트>에 실린 열차 강간 사건 보도. 사진은 사건을 일으킨 범인 우에조노 다카미쓰. | ||
우에조노 다카미쓰(36)는 2006년 8월 3일 후쿠이 역에서 JR 서일본의 특급열차인 ‘선더버드 50호’에 탔다. 정원이 60명인 이 열차에는 당시 40명 정도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 우에조노는 9시 20분경 열차에 오르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범행에 착수했다.
두리번거리며 희생자가 될 여성을 물색하다가 20대 초반의 여성 A 씨에게 접근해서 옆자리에 앉아 가슴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 A 씨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우에조노는 “도망치면 죽이겠다” “평생 스토커로 따라다니겠다”고 협박했다. A 씨는 겁에 질려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우에조노는 애초부터 강간을 목적으로 차표도 없이 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흐느끼는 소리에 주변 승객 한두 명이 시선을 보내자 우에조노가 “뭘 보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두려운 나머지 이내 못본 척 방관했다.
한 시간 가까이 A 씨의 몸을 만지던 우에조노는 밤 10시경에 아예 그녀를 열차 화장실로 끌고 가 강간했다. 이후 우에조노가 신오사카 역에서 내릴 때까지 단지 커튼 한 장으로 가려진 화장실의 세면대에서 강간은 계속됐다. 우에조노가 내리자 A 씨도 같은 역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 조사는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같은 열차에 타고 있던 40여 명의 승객 중 아무도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한 사람이 없어 목격자 증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의 돌파구가 된 것은 우에조노가 저지른 또 다른 사건들이었다.
조사와 공판 과정에서 우에조노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전혀 사죄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였다. B 씨와 C 씨를 강간한 동기에 대해 그는 “그날 집에서 술을 마시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고 집을 나왔다. 역에서 B 씨를 발견하고 내 타입이라 무작정 따라서 열차에 탄 후 강간했다”고 진술했다.
‘열차 강간마’ 우에조노의 과거는 어땠을까. 주변인들은 그가 중학생 때부터 관심 있는 여학생을 미행하거나 덮치고 속옷을 훔치는 등 이미 강간범의 ‘싹수’를 보였다고 말한다. 그가 처음 체포된 것은 28세였던 1999년 6월의 일. 시가 현에 사는 여성(당시 20세)을 자동차에 강제로 태우고 강간해 부녀자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그 후에도 그는 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여성들을 덮치는 등 상습 성폭행범으로 전락해 교도소를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다. A 씨 사건이 일어난 것도 2006년 7월 출소한 후 겨우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올 2월에 결혼해 임신 상태인 우에조노의 아내는 <주간포스트>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과거의 범죄를 알고 결혼했다. 아무튼 나에게만은 잘해준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그들이 결혼하기 전 동거하던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은 달랐다. 매일 밤 싸우는 소리와 함께 성적 학대를 당하는 듯한 소리까지 들렸다는 것.
그럼에도 주민들이 이를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우에조노는 주위에 자신이 조직폭력배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폭력단의 이름을 대며 협박을 하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를 통제할 수 없게 됐고 이런 정황들이 일련의 강간·폭행사건의 도화선으로 이어진 듯하다.
이번 사건을 접한 일본 국민들은 “그런 짐승 같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평생 감옥에 있어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열차 안의 일본 승객들은 아무도 ‘격한 분노’를 보이지 않았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