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수 교수(왼쪽)와 박준표 박사(오른쪽)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울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장봉수 교수팀이 가위-바위-보를 활용해 ‘경쟁’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생태계나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데 ‘내부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른 집단과의 경쟁뿐 아니라 집단 내부의 경쟁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가위-바위-보’ 게임을 이용해 기존에는 생태계 공존을 설명해 왔지만 이 게임에서는 둘만 있으면 승패가 가려지지만 셋이 함께 있으면 서로 물리는 순환적 경쟁구조가 돼 모두 살아 남으며 생태계에서도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장봉수 교수와 박준표 박사후연구원은 모두 수학자다. 이들은 생태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수학적 모형으로 만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양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했다.
박준표 박사는 “세 요소에 각각 내부경쟁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경쟁 정도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수학적 모형을 만들었다”며 “내부경쟁의 크기가 달라지면 서로 대등했던 경쟁구도가 무너져 더 다양한 공존 형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내부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집단의 경쟁력이 약해지기 쉽다. 이는 외부경쟁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구조를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세 요소는 서로 대등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내부경쟁이 생기면 대등한 구조가 깨진다. 이렇게 비대칭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면, 가위와 바위처럼 한 쪽이 반드시 지는 요소들도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가위 집단의 내부경쟁이 가장 심해서 소멸하는 상황까지 갔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보 집단은 항상 바위 집단을 이겨 최종적으로는 보 집단만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보 집단의 내부경쟁이 치열하고, 바위 집단의 내부경쟁이 약하다면 두 집단은 모두 살아남을 가능성도 생긴다. 이처럼 내부경쟁의 크기에 따라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의 다양성은 커지게 된다.
연구진은 같은 방식의 수학적 모델을 조금 더 복잡한 순환경쟁 모형인 ‘가위-바위-보-도마뱀-스팍 게임’에도 적용했다. 집단 5개에서도 내부경쟁이 없으면 1개나 3개, 5개의 집단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다양한 크기의 내부경쟁이 발생하면 1, 2, 3, 4, 5개 집단이 모두 공존할 수 있었다.
장봉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설명하는 데 새로운 요소를 집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 기업 생태계나 특정 지역의 상권 등을 이루는 요소들의 공존을 설명할 수 있는 원리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나 애플처럼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은 내부경쟁을 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며 “적당한 내부경쟁과 외부경쟁 구조가 균형관계가 유지되는 덕분에 다양한 기업이 공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부경쟁이 생태계와 사회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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