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관에 금품을 요구해 징계를 받은 직원이 센터장으로 선임되는가 하면, 원장의 지시로 명확한 기준 없이 승진 결과가 뒤바뀌어 버렸다.
충남TP의 안팎에서는 “원장의 정실인사”라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충남테크노파크.
# 금품요구 징계자가 자동차센터장에
이공휘 충남도의원(더민주,천안8)은 지난달 30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298회 임시회에서 “충남TP의 자동차센터장에 징계경력자가 선임돼 사업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충남TP에 따르면 신임 자동차센터장 A씨는 지난 2014년 충남TP 자동차센터에서 근무하며 원고 집필을 맡긴 자동차부품연구원에 가방과 식사 등 금품을 요구했다.
금품 요구를 받았던 자동차부품연구원 직원의 신고로 A씨의 전횡이 드러났고 A씨는 1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정직은 파면, 해임 다음의 중징계다.
징계 이력을 가진 A씨가 신임 자동차센터장에 선임되자 기관 안팎에서는 비판이 고조됐다. 금품요구 이력을 가진 자가 사업 수혜기관을 선정하는 센터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공휘 도의원은 “센터장은 기관장 급이다. 금품수수는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기관장에 오르면 내부조직의 사기문제와 자리의 위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센터는 점점 사업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것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충남 TP 총무팀 관계자는 “변호사 2명에 자문했는데 자격박탈 등의 사유는 안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를 정리해 도의회에도 답변서를 제출했다. 최종 인사는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 원장 지시로 번복된 승진 결과
충남TP의 인사난맥상은 올해 진급심사에서도 이어졌다.
원장의 지시로 인사위원회(인사위)의 심의 결과가 번복되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충남TP의 인사권은 원장에게 있다. 원장이 인사위로부터 추천받은 승진 대상자에 최총 승인을 하면 인사가 단행된다.
인사위가 처음 원장에게 보고했던 올해 승진 대상자는 2급 1명, 3급 3명, 4급 3명, 5급 1명 등 8명으로, 1급 승진자는 없었다. 1급이 하위직급보다 비대해져 조직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원장은 인사위에 1급 승진 자를 재심의를 요구했다. 조직 내 사기진작을 위해서는 1급 승진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충남TP는 지난 6월 20일 1급 1명을 포함, 총 11명의 승진인사가 단행됐다.
인사위의 판단을 원장이 무시한 꼴이 돼버렸다. 원장의 지시로 인사위의 심사결과가 번복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충남TP의 한 직원은 “인사위원회의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는 못 봤다. 최종 인사권자가 원장이라지만 원장이 입맛대로 사람을 승진시킬 거면 인사위가 굳이 필요한 것이냐”고 비난했다.
충남 TP 행정지원실 관계자도 “(인사위의 심사결과 번복은) 행정지원실에 근무하는 동안 처음 본 일이다.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고 동의했다.
# 정원 1자리에 ‘점수 비슷한’ 노조원 3명 무더기 승진
부적정해 보이는 승진은 4급에서도 일어났다. 4급 승진자가 최초 3명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갑자기 5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원장에게 처음 보고된 4급 승진예정자는 3명이었다. 원장의 지시로 1급 승진자 재심의가 진행되던 중 4급 승진예정자 1명이 퇴사해 승진 정원 한 자리가 비게 됐다.
인사위는 빈자리에 차순위 승진자 1명을 진급시키려 했다. 빈자리 한 곳은 3명으로 채워졌다.
충남TP 행정지원실 관계자는 “차순위 대상자의 점수가 그의 후순위 2명과 소수점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인사위가 점수가 비슷한 3명 중 1명만 올리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후순위 2명도 추가 승진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과점수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3명이 동시에 승진이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3명은 모두 충남 TP의 노조원들이다. 최종적으로 올해 4급 승진자는 5명이 됐다.
이를 두고 노조가 1급 승진자의 재심사에 반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조원을 무더기 승진시킨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실제 노조는 1급인 A씨의 승진 재심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위 심의에는 노조도 참관한다.
충남TP 노조 관계자는 “1급 승진자인 B씨는 충분한 고과점수를 얻어 이미 승진이 예정된 상태였기에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측에서도 노조에 재심사 이유를 해명할 이유는 없다”고 원장의 인사결정을 옹호했다.
충남TP 행정지원실 관계자는 “이번 승진인사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다. 인사 결정의 권한은 원장에 있다. 원장의 재량으로 충분히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충남TP 내부에서는 “원장의 입김이 인사 기준 위에 있다”며 정실인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앞서 충남TP는 올해 초 진행된 9대 원장공모에서도 이사회가 원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최종 후보 심사를 2차례나 거부하는 등 오랜 기간 기관장이 공석으로 남아 기관 운영에 차질을 빚었었다.
거듭되는 충남TP의 심각한 인사난맥상에 대해 지역에서는 기관의 불투명한 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조상연 집행위원장은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은 심대한 결격사유가 된다. 1년 반이 지났건 아니건 이는 문제가 있다. 뇌물을 요구한 사람이 자동차센터장까지 하는 것은 내부 직원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다. 비리공무원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자치단체의 경우 시장이 인사위원회와 의견이 안 맞아 결재를 보류하다 결국 인사위의 뜻을 존중했다. 인사권은 기관장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합당한 이유가 소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TP 총무팀 관계자는 “인사의 최종 권한은 원장에게 있으며 그 결정에 책임을 질 것”이라며 “일련의 일들이 충남TP가 투명하게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기관의 내·외부에서 나오는 의견을 듣고 쇄신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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