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검찰 사정 레이다망에 걸려들면서 민주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DY가 탈당 카드를 꺼내들자 민주당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당권과 차기 대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정 대표와 DY의 ‘죽음의 레이스’ 속으로 들어가 봤다.
민주당 내 주류와 비주류를 각각 이끌고 있는 정 대표와 DY의 파워게임이 자존심 싸움을 넘어 민주당 전체를 대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정 대표는 4월 10일 오전 당무위원회의에서 4·29 재보선에 출마할 당 공천자를 확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19대 총선 호남 지역구 불출마’라는 초강수 카드로 DY의 불출마를 압박했다.
하지만 DY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사실상 정 대표와의 전면전을 선택했다.DY가 끝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함에 따라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고 들끓고 있는 계파 갈등도 대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호남권 2곳(전주 덕진·완산갑)과 유일한 수도권 지역인 부평을 탈환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DY가 무소속으로 고향(전주 덕진)을 선택함에 따라 전주 덕진 선거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고 완산갑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들이 DY의 막후 지원을 등에 업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경우 이 지역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부평을 또한 ‘박연차 게이트’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정동영발 내전에 ‘박연차 게이트’ 역풍이 몰아치면서 ‘재보선 전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동영 공천 불가론’을 주도했던 정 대표는 이번 재보선이 ‘죽음의 레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DY와의 공천 전쟁을 치르면서 비주류는 물론 당 중진그룹과 갈등을 빚은 바 있고,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친노그룹이 와해 위기에 처하면서 당권도 급속히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도부 총사퇴론과 조기 전대론을 주창하고 있는 상황이다.정 대표가 악재를 극복하고 부평을과 완산갑 선거를 승리로 이끌 경우 당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한 곳이라도 패할 경우 ‘재보선 책임론’에 휘말리면서 당권을 내줘야 하는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정 대표 입장에선 이번 재보선이 이래저래 생사가 달린 ‘죽음의 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DY의 상황도 결코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지도자가 당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무혈입성이 가능한 고향 출마를 선택했다는 점은 선거 승패를 떠나 DY의 향후 정치행보에 두고두고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 덕진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이 부평을과 완산갑에서 승리할 경우 그의 정치 재기전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DY가 승리하고 민주당이 전패할 경우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은 극대화시킬 수 있겠지만 민주당 분열과 갈등을 초래한 ‘원죄론’에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DY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더라도 복당을 둘러싼 2차 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DY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잠시 옷을 벗지만 다시 함께할 것이며 반드시 돌아와 민주당을 살리겠다”며 당선 후 복당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보선 성적표와 맞물린 당권 투쟁이 본격화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재보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홍을 넘어 ‘분당’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