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호나우지뉴는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자주 목격되고 있다. | ||
“호나우지뉴가 뛰면 그 경기는 진다.”
지난 시즌부터 바르셀로나 팬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자조 섞인 말이다. 이는 호나우지뉴, 티에리 앙리, 사무엘 에토, 리오넬 메시 등 ‘판타스틱 4’라고 불리는 팀내 환상의 공격수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나온 비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호나우지뉴를 향한 지적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축구선수에게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할 때이건만 요즘 호나우지뉴의 모습을 보면 그에게 전성기는 너무 일찍 지나간 것 같다. 심지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제대로 뛰지 못한 까닭에 주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으며, 풀타임을 뛰는 경우도 매우 드물어졌다. 06/07 시즌에는 그나마 선발 출전한 10경기에서도 엉성하고 서툰 플레이로 여섯 번이나 교체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번 시즌도 사정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28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11경기에만 선발 출전했으며,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훈련도 절반 이상을 불참했다. 사정이 이렇자 급기야 호나우지뉴의 상태를 둘러싼 추측들이 하나 둘 쏟아지기 시작했다. 먼저 바르셀로나 구단이 말한 것처럼 부상과 이에 따른 슬럼프 때문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 ‘부상설’과 ‘슬럼프설’이 있다. 2006년 8월,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월드컵 직후 열렸던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에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06/07 시즌 내내 호나우지뉴는 잦은 교체 출장과 형편 없는 경기력으로 비난을 받았다.
오죽하면 팀 동료인 앙리가 나서서 “호나우지뉴는 로봇이 아니다. 선수에게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방어까지 하고 나섰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나우지뉴의 슬럼프는 그 후로도 계속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월드컵 예선전 출전을 위한 브라질 대표팀 훈련 도중에 발목에 부상을 입고 쓰러졌는가 하면 지난 3월 16일 있었던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알메리아와의 원정경기에도 부상으로 결장했다. 벌써 이번 시즌만 11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은 “호나우지뉴는 오른쪽 다리 근육에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밀검사 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는 소문이 대두됐다. 사실은 호나우지뉴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 호나우지뉴가 자주 결장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징계설’ 같은 것이 그것이다.
실제 호나우지뉴는 여러 차례 지나친 음주와 파티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비난을 들어왔다. 지난해 9월 여러 차례 경기에서 빠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징계설’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호나우지뉴는 알메리아전을 대비한 훈련 전날 밤 나이트클럽에서 새벽까지 광란의 파티를 즐겼으며, 결국 다음날 연습에 나타나지 않았다. 구단 측은 오른쪽 다리의 근육이 뒤틀렸기 때문이었다고 둘러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
▲ 그의 탄탄했던 복근(왼쪽)과 최근의 모습. | ||
이에 따라 자연히 ‘이적설’도 솔솔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가 마침내 ‘마법이 다한 외계인’을 방출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두된 클럽은 이탈리아의 AC밀란, 인터밀란을 비롯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가 있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이적설은 지난해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에게 연봉 1000만 유로(약 160억 원)를 제시했다는 구체적인 소문이 불거지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하지만 호나우지뉴는 인터뷰에서 “기자들이란 원래 돈을 받고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닌가. 쓰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쓰라고 해라”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또한 그는 “계약기간인 2010년까지 가능한 한 바르셀로나에 남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항간에서는 바르셀로나 내부에서는 그를 내몰려고 하지만 정작 그를 데려가려는 팀이 없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이런 까닭인지 올해 초 호나우지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던 인터밀란 측은 “사실이 아니다. 호나우지뉴에는 관심이 없고, 대신 안드리 셉첸코를 원한다”고 이적설을 부인했으며, AC밀란 역시 최근 “호나우지뉴는 우리 팀의 타깃이 아니다. 현재 팀내 공격수인 카카나 파투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영입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런저런 소문과 비난에도 지난 몇 달 동안 굳게 입을 다물었던 호나우지뉴는 최근 ‘암웨이’사의 건강기능식품인 ‘뉴트리라이트’의 홍보대사로 발탁되면서 짧게나마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여기에서 그는 “현재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동안 왜 침묵으로 일관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이크 앞에 앉아 떠들기보다 축구에만 전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최근 스웨덴 대표팀과의 A매치 친선전을 위한 브라질 대표팀에서조차 제외된 그의 속은 지금 새까맣게 타고 있지 않을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